토론회 내용 토대로 백서 발간, 기초 자료로서 방향 제시할 것
TFT 해산 후에도 FIKA 단체 간 공정 설계공모 협조·노력 지속

요즈음 건축 설계공모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다. 수차례에 걸쳐 제도가 개선됨에도 심사 과정에서의 음성적 로비가 여전하고, 공정성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아서다. 비록 일부이긴 하나, 좋은 설계안보다는 심사위원과의 금품수수 부정과 담합비리 등 로비·청탁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관행이 잔존해 작금의 건축 설계공모가 “공정·투명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도입해 운영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과거 턴키 공사가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사회적으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2012년 광주광역시와 한국환경공단 등 일부 기관에서 심의위원 포함 약 50여 명이 턴키비리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고 기소된 끝에, 정부는 결국 가격경쟁 방식인 ‘설계적합 최저가’ 방식을 확대하고, 입찰방법 심의를 대폭 강화하기에 이른다. 당연히 중앙정부·지자체 턴키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건축 설계공모 제도가 경쟁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선발하고 이를 공공건축에 활용하기 위한 가장 선진적 제도로서 취지를 살리려면, 제도 운영주체(발주처, 심사위원, 참여업체) 모두가 과거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한국건축단체연합(FIKA)이 건축계 공정 설계공모 정착을 위한 토론회를 4월 7일 연다. 건축계가 머리를 맞대 바람직한 공공건축 설계공모 운영을 위한 과제·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공론화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FIKA 건축 설계공모 제도개선 TFT 한동욱 팀장으로부터 토론회 준비 과정, 어젠다에 대해 간략히 들어봤다.

한동욱 FIKA 건축 설계공모 제도개선 TFT 팀장
한동욱 FIKA 건축 설계공모 제도개선 TFT 팀장

Q FIKA(한국건축단체연합) 주최로 토론회가 4월 7일 열립니다. 어떤 얘기들(어젠다)이 오가는지요.

1995년 건설기술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서 도입되고 2014년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제정을 통해서 의무화된 공공건축 설계공모제도는 그동안 우리나라 공공건축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줬습니다. 그러나 본래 취지에 반하는, 심사결과와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FIKA에서는 2021년 6월부터 설계공모 개선 TFT를 통해 이에 대한 논의·연구를 진행해 ‘대한민국 공공건축 설계공모를 진단하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게 됐습니다. 토론회에서는 설계공모 실태에 대한 인식과 심사결과의 권위·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과제를 논의합니다.

Q 대한건축사협회도 매월 공정 설계공모 추진위원회를 필두로 매월 회의를 열고 제도개선 방안책을 논의, 마련 중입니다. FIKA(한국건축단체연합) 주최 토론회를 계기로 공정 설계공모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무엇이 있을지요.

설계공모제도 개선 TFT 초기에는 관련 제도의 개정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모색했으나 논의를 진행하면서, 또한 대한건축사협회 논의를 보면서 제도개선도 중요하나 무엇보다도 윤리와 문화의 변화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숙된 윤리의식과 건축문화가 전제돼야 실질적인 제도 개선방안 도출과 실효가 가능할 것입니다.

Q TFT에서 제도개선을 위한 어떤 현안들이 논의되고 있는지요.

TFT에서는 설계공모 실태에 대한 건축계 인식을 바탕으로 제도개선 방향을 이끌어내기 위한 몇 가지 방안들을 논의해왔습니다만, 구체적으로는 토론회를 거쳐 공론화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대략적으로 심사위원의 전문성·공정성 확보 방안, 설계 공모의 발주 및 기획 과정 개선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Q TFT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대한민국 공공건축 설계공모를 진단하다’ 토론회와 그동안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설계공모제도 개선 TFT는 백서를 발간할 계획입니다. 설계공모 제도와 문화 발전을 위한 기초 자료·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공공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이 2021년 개정되었으므로 2023년 개정 시 반영되도록 지속적인 제안이 이루어지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TFT 해산 이후에는 FIKA 소속 단체 차원에서 협조와 노력이 지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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