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진화론 아이디어를 제공한 곳으로 유명한 갈라파고스 제도의 동물들은 육지와는 다른 독자적인 형태로 진화했고 고유한 생태계를 이뤘다. 그러나 사람들의 잦은 출입으로 환경이 오염되고 외래 생물이 유입되면서 그곳의 일부 동물은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근래 갈라파고스가 생물학이 아니라 사회현상으로 다시 회자되고 있다. 국제적 표준보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표준을 고집하면서 일본 IT 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을 두고 마치 갈라파고스의 동물처럼 고립되었다는 비유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일본의 유명 게임기 개발업체인 닌텐도가 직격탄을 맞았다. 4~9월 결산에서 573억 엔 적자를 낸 것이다. 세상은 스마트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개방과 융합으로 나아가는데 전용 게임기라는 프레임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공짜로 즐기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한 대 20만원 넘는 게임기를 외면했다. 마치 육지에서 분리된 채 그곳만의 고유한 진화과정을 거쳐 온 갈라파고스의 거북이처럼 많은 소비자들의 행태와는 다른 별개의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 닌텐도의 적(敵)은 오만과 폐쇄성이고 이것이 소통의 부재로 인한 기업의 큰 손실로 드러난 것이다.

어느 사회 혹은 조직에서나 기득권을 보유하거나 성공한 이들이 존재하고, 그것에 도전하는 세력과 지키려는 세력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를 컨트롤해야 하는 사회조직은 다수의 사람들이 수용할 만한 질서를 수립,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과거로부터 오랜 시간동안 관습적으로 사용되어 온 '건축가'라는 용어로 인해 마찰이 불거질 경우 막연한 거부가 아닌 그런 주장이 제기된 원인을 살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2017 세계 건축대회' 유치활동 당시 건축계의 건의를 무시한 '건축가'로의 표기와 '공공건축가' 용어의 사용 등은 서울시의 '내가 옳으니 나를 따르라'라는 식의 오만과 편협함을 그대로 드러낸 결과다. 건축계 내부도 다르지 않다.

갈라파고스는 스페인어로 '거북이 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만큼 많은 수의 거북이가 살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 비해 오늘날에는 거북이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일부 종은 멸종되기까지 했다.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대세인 세계적 시류 속에 대한민국 건축계와 관계되는 여러 조직들은 갈라파고스의 교훈을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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