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 건축사
김진규 건축사

주변에서 힘들다는 분들의 푸념이 자주 들린다. 사정은 각자 가지각색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 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공사 중단, 인력부족과 수주량 감소로 인한 사무실 운영난, 신규 건축사들의 일거리 부족, 눈뜨면 바뀌는 법규 등...나 역시 여러 고민들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중 특히 와 닿는 것은 인력 수급 문제다. 올해로 개업한 지 8년 된, 그리 길다고는 볼 수 없는 사무실 운영 경험을 가진 건축사지만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나름의 노하우도 많이 쌓았다. 내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노력으로 해결하며 버텨 왔다. 그런데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사람관리다.

개업 초에 설문지가 하나 왔었는데 5년제 학과 도입 시기에 관련된 것이었다. 의견을 쓸 수 있는 공간도 있었는데, 당시 장문으로 인력난에 대한 우려를 담은 글을 쓴 기억이 있다. 하지만 결국 반영은 되지 못한 것 같다. 수년 내에 분명 인력난이 올 거라 예상했고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요새도 나는 마땅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매일같이 철야 근무를 하며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처리하는 만능인간으로 살고 있다. 아니 살아야 한다.

사람관리를 잘 하지 못한 잘못이 제일 크겠지만 건축사시험 준비로 또는 시험에 합격해 그만둔 직원들이 대다수이니 이건 내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영역인가 체념하게 된다. 공고를 올려 놓은 구인사이트에 몇 달째 지원이 없어도 이제 그냥 그렇구나한다.

가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이 점차 발전한다면 도면만이라도 대신 그려주는 AI가 있었으면 하는 어쩌면 발칙한 상상도 해본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건축사를 대신할 AI 건축사가 나올법도 하다. 그런데 AI 건축사가 우리의 영역을 과연 대신 할 수 있을까? 영화 ‘건축학개론’ 여주인공 서연의 추억이 서린 제주도주택을 감성적으로 재해석하는 것까지도 AI건축사가 할 수 있을까? 반 고흐의 채색기법은 따라할지언정 그가 가진 삶은 따라갈 수 없듯 건축도 우리 삶의 일부로 그것만은 AI가 침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갖게 된 바람이 있다. 점차 기술이 발전하고 인구도 점점 줄고 있는 이 상황에 인증학과 외에 건축 관련 졸업생이 건축사의 꿈을 가지는 기회의 폭을 넓혀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필자는 지방의 소도시에서 작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다른 사무소들 규모도 대개 우리 사무소처럼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지역에도 5년제 건축학과가 있지만 우리지역으로 오는 인력은 몇 되지 않는다. 건축사사무소는 많지만 해마다 5년제를 졸업하는 인원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가는 상황에서 인력채용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채용하더라도 짧은 실무수련기간으로 그만두고 나가버려 다시 채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하지만 힘들어도 힘내보련다.

이 지면을 빌어 푸념하듯 고민을 나눠본다.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동료 건축사님들도 많을 것이다. 힘든 시기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든 건축사들이 힘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건축사 시험 준비할 때부터 지금까지 사무소 일에 매여 있는 나대신 집안일을 전담하는 아내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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