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가격, 지난 1분기 대비 30%…시멘트도 18% 상승
해빙기 이어 성수기 들어설 경우, 가격·수급문제 발생할 수도
정부,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에 “에너지·원자재 관리할 것

건축 성수기를 앞두고 원자재의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사진=pixabay)
건축 성수기를 앞두고 원자재의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사진=pixabay)

사상 초유의 원자재 대란에 국내 건축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고 미국 등 서방세계의 규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관계자들도 시계제로에 봉착한 모습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붕괴에 따른 인플레이션 대응이 즉각적인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하자 경기침체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월 25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물론, 시멘트·알루미늄에 주요 광물 가격까지 도미노처럼 오르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건설공사의 본격적인 성수기를 맞는 3월경부터는 원자재 대란으로 인한 공사 중단 가능성도 점쳐지는 형국이다.

실제 대표적인 건설 원자재 중의 하나인 철근 가격이 지난 1년간 약 150% 상승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철근 기준 가격은 2021년 1분기 톤당 약 70만원 정도였지만 2022년 1월에는 톤당 96만2,000원(SD400 10mm 현금기준), 2월에는 톤당 99만1,00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전문가들은 원료인 철스크랩 가격 인상 여파로 3월에도 철근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SD400을 판매 중인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1, 2월에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건설현장이 멈춘 경우가 많았음에도 철근 가격이 올랐다”면서 “철스크랩 가격 인상 때문인데 3월에도 철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공사시즌이 되면 수요도 확대되므로 특별한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인상 기조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연료인 유연탄 값 상승으로 시멘트 가격도 최근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2021년 톤당 7만5,000원이던 시멘트가 7만8,800원으로 인상됐는데, 2022년 2월부터는 9만3,000원으로 약 18%가 인상됐다.

건설현장에서 거푸집을 만들 때 사용하는 알루미늄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세계 알루미늄 생산 2위국인 러시아발 리스크가 발생해서다. 2월 24일 기준 런던 ICE상품거래소에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톤당 3,416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리먼 브라더스로 촉발된 국제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7월보다 높은 가격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알루미늄 가격의 추가 상승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목재 가격도 오름세다. 2021년 20만4,000원이던 헴록은 12월 26만4,000원으로 6만 원이 올랐다. 더글라스퍼 52센치미터 이상의 경우도 1월 29만4,000원이던 것이 12월에는 36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제재목은 러시아재의 경우 1월 42만원에서 12월에는 57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목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목재 이용량은 2,726만5,000세제곱미터이며, 이 중 국산 목재 이용률은 15.7%(428만3,000세제곱미터)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재값 상승은 건설기업의 원가 증가로 인한 수익감소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수급난 발생으로 인해 제때 자재를 공급받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공기 지연으로 사업 수행에 차질을 빚게 한다.

또한 원자재 전품목에 대한 가격급등으로 인한 비용증가분을 놓고 건설사와 하도급 업체 간, 원자재 생산업체, 공급업체들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일부 현장에서의 공사 중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자재 가격들이 일제히 동반 상승하면 자연스레 건축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에는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러시아의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서방세력의 제재가 원자재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2월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지역의 급격한 정세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주요 부문에서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특이 동향, 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원자재 등과 관련해서는 “단기적 수급 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업계 자체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재고를 확대하는 대응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재 가격 추이(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업계 종합)
원자재 가격 추이(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업계 종합)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