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건축사
이세영 건축사

며칠 전 남편과 함께 문구점을 갔었는데 연필을 산다고 했다. 그래서 무얼 사나 봤 더니 건축사가 배우자라 그런지 본인도 홀더가 좋다며 홀더와 4B 연필심을 사는 것 이다.

같이 고르면서 이것이 좋으니 이 제품으로 하라고 조언도 해주다 보니 자연스레 옛날 학창시절이 떠오르게 되었다. 처음으로 홀더와 홀더심을 사는 것부터해서 날 새는 줄 모르고 종이에 열심히 과제 수행하던 시절 말이다.

그리고 입사해 첫 프로젝트가 스틸하우스 였는데 트레이싱지에 홀더를 들고 제도했다가 몇 번을 지워가며 다시 그렸던 기억도 떠오른다. 옛날 이야기를 하면 나이 든 것이라던데 필자도 벌써 40대 후반을 향해가고 있다.

젊은 건축사들을 만나서 그런 얘기를 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듣기도 하고 사무실에 새로 입사한 직원에게 건축사시험을 왜 아직도 연필로 그리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얘기를 들으면 저 친구들은 그럴 수도 있겠 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교육과정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지금 학교에서는 학생들도 3D 프로그램을 활 용해 과제수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2016년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모두들 알고 있으리라 본다. 그 당시 뉴스에서는 바둑프로그램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인공지능이 수많은 경우의 수 의 바둑돌 두기를 익히려면 상당한 노력(인간의 프로그램? 인공지능의 노력?)과 시간 이 필요했었다고 했다.

혹자는 인간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알파고:이세돌 = 4:1) 알파고의 승리로 마치게 되었고, 그 와중에 이세돌 9단의 1승에 크게 기뻐하면서 인간 이 그래도 1승은 했구나 안도했었다.

또한 ‘SF영화에서나 보던 인공지능과 함께 생활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 기도 했고, 주요 언론에서도 인공지능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 다루기도 했었다. 그와 같은 뉴스들을 접하면서 건축설계 분야는 공산품이 아니라, 대지의 조건이 다르고, 건축주의 요구사항 설계과정에서 인간의 창의력과 개성이 많이 반영되기 때 문에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의 활동기간 동안에는 나오지 않 을 거라고 자만하면서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2021년도에 지역건축사회에서 정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인공지능 건축설계 프로그램이 나와 있고 이미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 다.

더군다나 한 업체에서는 모든 건축사 를 공분하게끔 만든 “3초만에 설계하기”라는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었다. 작년에 인공지능 건축설계 프로그램들을 모니터링 하다 보니 유튜브 등을 통해 광고도 많이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요즘 건축주들 을 만나다 보면 서적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사전에 많이 알아보고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면에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으로 의뢰가 들어온 계획대지를 입력하고 수초를 기다려(처음엔 정말 3초 만에 나오는지 카운트도 했었다^^) 결과를 봤을 때는 어디 내놓기도 허접한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인공지능 건축설계프로그램 이 목전으로 다가왔음을 느끼기엔 충분했 다. 사실 건축 시공 분야에서 보면 3D 프 린팅을 이용한 시공도 현실화 되어 있고, 시장도 형성되어 있다. 건축설계가 ‘건축 사’의 전문분야이고 ‘법’적으로 설계를 건 축사가 하게끔 되어 있기는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언제까지 보장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 않을까?

이 주제로 토론을 해보면 건축사가 프로 그램을 활용해서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분은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업무를 보다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다. 물론 “설계는 건축사가 한다”라는 기본 전제조건에서 말이다. 프로그램을 도 구로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인공지능 건축설계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협회 차원에서도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단체에서는 단체에서 할 일이 있을 것이고, 개개의 건축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대 응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건축설계를 건 축사 고유의 업무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을 고민하고 노력 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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