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노력 끝에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 건축사법 국회 통과
“앞으로 이행해야 할 과제와 다소의 혼란·갈등 슬기롭게 극복해야”
“낮은 자세로 자성의 모습 실천하고 윤리적으로 바로 서야”
의무가입 정신·실천의지 담은 ‘건축사 윤리규정’ 준비
“국가와 국민 앞에 새로운 건축사로 거듭나야”
본지가 2월 대한건축사협회 석정훈 회장으로부터 의무가입 건축사법 국회 통과에 대한 소회와 이후 협회의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석정훈 회장은 의무가입 이후 협회가 가져야 할 자세로 무엇보다 ‘자성과 윤리 회복’을 강조했다. 의무가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의 시작이며, 그 시작은 먼저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Q ‘의무가입 건축사법’이 2018년 시작해서 약 4년 만인 지난 1월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월 3일 개정·공포됐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시작돼 21대 국회에서 결실을 맺은 4년에 걸친 긴 여정이었는데요. 취임부터 의무가입을 추진해 오신 만큼 소회도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아 코로나로 어려운 가운데 회원분들께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먼저, 회원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거나 의심하지 않고 저와 집행부를 신뢰·응원해 주신 덕분에 숙원이자 염원, 숙제인 ‘건축사협회 의무가입 건축사법 개정’을 완수했습니다. 회원 모두와 함께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의무가입을 추진하면서 절실히 깨달은 점은 우리 모두가 아는 문제들은 수년, 수십 년 동안 쌓인 것으로, 하나하나가 개별 사안이 아닌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하고 능력 있는 회장이라도 이 모든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으며, 그러함에도 이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건축사의 삶, 일터는 붕괴될 것이다, 라는 점이었습니다. 건축사 의무가입만이 모든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확신하고 2018년 11월 국회 대국민토론회에서 의무가입 추진을 선포해 마침내 결실을 맺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4년은 여러 장애와 난관이 있었지만 이러한 수많은 장벽은 우리 스스로 얼마나 의무가입이 절실하고 왜 꼭 필요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추진하는 과정에 어떤 장애와 난관이 있었는지요.
회장 취임하자마자 꽉 막힌 외부와의 소통을 뚫고 건축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 국회, 국토부 등 정부 부처뿐 아니라 건축단체와 인사들을 만나 설득 또 설득했습니다만, 가장 어려운 점은 건축사와 건축에 대한 삐뚤어진 시각의 뿌리가 깊고 단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작부터 국회, 정부, 건축단체 모든 관계자가 약속이나 한 듯이 반대했던 게 사실이었고, 우리 내부에서조차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다수였습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하나의 반대를 설득하면 또 다른 반대의 연속이었습니다. 다 된 것 같으면 예상하지 않은, 또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기곤 했습니다. 의무가입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가’라는 회의와 의심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시작 이후 지난 4년은 장애와 난관에 직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불신의 해소가 관건이자 가장 힘든 점이었습니다.
Q 의무가입 후 건축계 전체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향후 그리고 있는 건축계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요.
대한건축사협회의 목표는 건축이 가지는 공공적 가치를 구현해 우리 국민에게 보다 품질 높은 건축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지금 어느 때보다도 건축계 협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의무가입 실현으로 이제 우리는 타의가 아닌 자율로 우리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갈 기반을 마련했으므로 뿌리 깊은 건축단체 간의 불신과 갈등부터 바로잡아 나가기 시작해야 하며, 각 단체가 가지는 장점을 살려주면서 모두가 하나 되어 건축계 대화합과 상호 발전의 시대를 열어 나가야 합니다.
Q 의무가입의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의무가입 자체는 최종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무엇보다 의무가입 완성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큰 의의이자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명분과 대의, 그리고 당위성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합니다.
Q 의무가입 이후 협회의 후속 조치 방향과 향후 협회 정책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의무가입 완성을 위해 3단계 실천 계획을 수립, 실행할 것입니다.
첫 번째 단계는 자성의 단계입니다. 윤리를 바로 세우고 신뢰를 회복하는 단계입니다. 당장 우리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의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의무가입은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대로 활동하고 공인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전제로 개정됐습니다. 정부, 국회, 관련 단체들이 아직도 우리를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바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이것이 선행돼야 신뢰가 회복될 것이고 의무가입은 완성될 것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회복의 단계입니다. 건축사의 실추된 위상을 원위치로 돌려놓고 우리가 겪고 있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관습과 제도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사회 속에서 존재조차 미미한 건축사의 현실, 추락하는 업무대가, 과도한 법적 책임, 이런 것부터 바로잡아 나가기 시작해야 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도약의 단계입니다. 건축사 위상 강화와 업역 확대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1, 2단계를 바탕으로 건축사는 5000년 대한민국 건축문화의 계승자로서 그리고 대한민국 건축을 선도하고 이끌어가는 국가건축정책 동반자로서 국가와 국민 속에 당당히 우뚝 서야 합니다. 국내를 넘어 세계 속의 K-ARCHITECTURE로 나아가야 합니다.
Q 의무가입 원년 올해 협회 정책 방향과 운영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협회의 중요한 설립 목적은 회원이 당당히 건축사로서 삶을 살도록 국가와 국민에게 인정받고 합당한 평가와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의무가입 목적도 이를 위한 것입니다. 앞으로 협회는 법제도 개선과 건축사 위상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에 집중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첫째, 전국 17개 시도건축사회별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자격대여 근절 등 대대적인 자정운동에 나서겠습니다. 둘째, 정관과 윤리규정을 개정하고 입회비·월회비를 인하할 것입니다. 셋째, 건축계 대화합을 위한 건축단체 협의체를 구성하겠습니다. 넷째, 새로운 시대에 맞는 윤리선언서를 제정하고 대국민 선포식을 추진하겠습니다. 다섯째,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새로 가입하는 건축사들이 의무로서가 아니라 자율로 협회에 가입할 수 있는 적극적인 설득과 홍보를 위한 정책을 펼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회원 그리고 앞으로 회원으로 가입하게 될 건축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의무가입 건축사법이 2월 3일 공포됨에 따라 6개월 후인 8월 4일부터 시행됩니다. 기존 사무소 개설자는 내년 8월 3일까지 모두 대한건축사협회에 가입해야 합니다. 다소의 갈등과 혼란도 예상됩니다만, 잘 정착되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랍니다.
부탁의 말씀을 드리자면, 첫째 국가와 국민 앞에 이제 우리가 달라졌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새로운 세상은 개혁을 통해서만 완성되고 개혁에는 뼈를 깎는 자성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협회가 추진하는 윤리회복과 자성의 노력에 적극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의무가입을 찬성했던 반대했던 이제 건축사 모두가 한 식구이고 한 형제입니다. 불신하고 갈등해야 할 대상이 아닌 새 시대를 함께 열어갈 동료이자 동반자이므로 더 이상 서로 간 적대시하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우리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여 당당해지고 떳떳해졌으면 합니다.
당분간 다소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이제 행동함으로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회원분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습니다. 회원분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드립니다.
대담=홍성용 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