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룬샷의 저자이자 물리학자이면서 동시에 창업 기업가로 성공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사피 바칼은 최근 동아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이 같은 화두를 한국 경영계에 제시했다. 조직 내에는 예술가 성향의 직원과 병사 성향의 기질을 가진 사람이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조직에서는 두 집단이 조화롭게 소통하지 못한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두 집단의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병사로 불리는 집단은 철저한 운영 관리를 통해 실패를 줄이고 재고 관리에 만전을 기하며 완벽한 생산 라인을 구축하면서 고객 서비스에 최선을 다한다. 이게 비즈니스 성공 방정식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사용하는 언어는 논리적이고 수학적이며 철저한 이성에 기반한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과감하고 도전적인 시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소리를 듣는 아이디어에도 도전해보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실수는 너무 당연한 것이고 10개 중 하나만 성공해도 훌륭한 것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는 논리와 거리가 있다. 때로는 시적이고 예술적이며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두 집단이 만나면 서로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 두 집단은 상대의 사고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적대시할 만한 상황도 자주 경험한다. 병사들에게 예술가는 돈을 벌지도 못하면서 허황된 이야기만 하는 몽상가로 여기고, 예술가들은 병사들이 앞뒤가 꽉 막힌 로봇 정도로 생각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두 집단은 조직의 장기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병사는 현재 제품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해 가치를 창출하는데 필수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경영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한다. 기술 및 시장, 경쟁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하면서 기존 제품과 서비스는 언제든지 혁신적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예술가가 필수적이다. 결국 두 집단은 서로 다른 측면에서 조직의 안정과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은 규모가 작을 때 예술가적 성향이 강해지다가 규모가 커지고 루틴이 강화되면서 병사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한다. 병사 중심 조직은 당장 수익을 창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경영 환경이 변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혁신 경쟁이 벌어지는 시대에 특히 더 큰 문제가 된다.
사피 바칼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다시 복귀한 후 극단적 예술가 성향의 조너선 아이브와 탁월한 병사로 볼 수 있는 팀 쿡을 모두 존중하며 혁신과 생산 및 재고관리 양 측면에서 모두 성공한 사례를 대표적인 모델로 제시한다. 혁신 경쟁의 시대, 병사와 예술가가 공존하는 조직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인정해주고 존중하는 공존과 포용의 철학을 리더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