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연자재 품질인정 관련 ‘건축법’ 시행
철판 떼고 단열재로만 화재성능 시험 통과해야
기존 유기단열재로는 통과 힘들어
영세생산업체 위기와 건축비 상승 우려
유기에 무기 특수처리 단열재 속속 개발, 대안 될까?
건축자재와 내화구조(耐火構造, 화재를 견딜 수 있는 구조)에 대한 품질인정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건축법’이 개정됨에 따라 시행에 필요한 내용을 규정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이 12월 23일 공포·시행됐다.
개정안은 품질인정 대상 건축자재로 강판과 심재(心材)로 이루어진 복합자재, 즉 ‘샌드위치 패널’을 규정했다. 관계자들은 개정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품질인정 건축자재에 ‘샌드위치 패널’이 포함된 것에 주목하며 향후 시장 상황 변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 “기존 유기단열재는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해도 과언 아냐”
샌드위치 패널이란 창고 및 공장 건축물에 주로 사용되는 대표적 건축자재다. EPS(Expandable Polystyrene) 등 가연재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강판을 붙여 만든다. 단열성능이 좋은 데다 가격도 저렴하고 시공도 상대적으로 편리해 사용 빈도가 높았다.
하지만 불에 잘 타는 재료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철판을 붙여 만들다 보니, 화재 위험이 높고 강력한 유독가스를 배출해 화재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고 지적받는 등 대형 화재 발생 때마다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에 이어 작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샌드위치 패널의 화재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국토부는 샌드위치 패널의 난연성능 기준을 높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심재가 700도 온도에서 10분 동안 불이 붙지 않은 채 견뎌야 하는데, 현재 쓰이고 있는 EPS나 우레탄 등 불에 쉽게 타는 성분으로 구성된 유기단열재는 사실상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
한 현장 시공업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샌드위치 패널의 난연성능 시험 방식을 샘플 단위에서 완성품에 대한 실물 화재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또 심재 자체의 난연성능을 평가하도록 했다”라며 “이러한 규정이 적용되면 현재 시장에서 널리 쓰였던 유기 단열재는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라스울이나 미네랄울 등 불에 강한 무기단열재 쪽으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소 유기단열재 생산업체 타격 클 듯…건축비 상승 문제도 풀어야
문제는 그동안 유기단열재를 만들어 온 중소영세업체들의 입게 될 타격과 시장의 단열재 수급 문제, 그리고 건축비 상승이 불러올 도미노 효과다.
EPS 등 유기단열재는 주로 중소영세업체들이 생산하는데 개정안이 적용되면서 당장 일감이 줄어들게 됐다. 또 그라스울이나 미네랄울의 경우 유기단열재에 비해 재료 자체의 비용과 시공비가 더 많이 들기 때문에 건축비 상승효과를 불러와 건축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무기단열재로 대체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라스울이나 미네랄울의 경우 유기재에 비해 단가 자체도 20∼30% 비싸고 시공이 난이도도 높기 때문에 건축비가 많이 들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원료 수급도 문제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그라스울이나 미네랄울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두 가지 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는 KCC와 벽산 정도다. 전통적인 샌드위치 패널 생산 업체들도 불연 성능을 획득한 그라스울 패널의 심재를 KCC와 벽산으로부터 수급을 받아야 생산할 수 있다.
◆무기물 특수처리 EPS와 경질우레탄보드 등 대안 개발도 활발
가볍고 시공이 편한 유기단열재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바뀐 품질인정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자재를 만들기 위한 시도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SH에너지화학은 EPS에 무기물을 특수 처리에 새로운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듀오폴’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으며, ㈜에어론은 준불연성능이 강화된 폴리이소시아누레이트 폼으로 제작한 PF보드를 시장에 내놨다.
특수처리 과정을 거치기에 EPS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가격과, EPS보다 떨어지는 단열 성능은 극복해야 할 문제지만 가볍고 시공이 쉽다는 것은 그라스울이나 미네랄울이 갖추지 못한 장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제품들은 기존에 쓰이던 EPS에 비해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기존 샌드위치패널과 같은 공정에서 생산할 수 있고 시공의 편의성 등의 장점도 그대로다.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새로운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