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價値) 인간이 대상과의 관계에 의해 지니게 되는 중요성, 사물이 지니고 있는 값이나 쓸모
김재우 건축사
김재우 건축사


“아빠, 저도 건축사가 될래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한 말입니다. 과연, 이 글을 읽으시는 건축사님들께선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직업 선택에서 중요한 사항 중 하나가 그 직업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을 하며 세상이 어떻게 보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남들도 좋게 봐주는 일이라면 금상첨화겠죠. 현 대한민국에서 건축사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학교에서는 “설계 왜 하냐? 시공을 해야지?”
가족들은 “대기업은 얼마 받는다네, 공무원은 연금이 나오는데 설계사무소는? 결혼은 어떻게 할 거야?”
실무를 하다 보면 “공무원이 갑질을 하네” “건축주 마음이 또 바뀌었대” “월급이 밀렸네” “실장이 또 뭐라고 하네” 
대한민국에선 “준공식엔 건축주와 시공사만 불러. 설계 누가 했는지가 뭐가 중요해요?” “그거 그림만 그리는데 무슨 돈을 그리 많이 받아요? ”건물은 무너지는데 감리는 어디 있죠?”

건축사 사이에서도 “난 찍어줬는데, 두고 보자” “누가 덤핑을 했다네” 
그리고 어디나 있는 앙숙관계, 이른바 감리 갑질, 또 어디나 나오는 내로남불….
많이 부정적인 상황이고 저를 비롯한 다른 건축사님들도 모두 공감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멋진 설계자의 꿈을 가졌다가도 결국 건축사를 포기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런 대접을 받는 건축사, 자녀들에게 권장할 수 있나요?

그러나 저를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은 바로 모셨던 선배 건축사님들의 건축을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였습니다. 혼자 밤을 새우고 계획한 결과물을 다음날 직원들에게 설명하면서 너무 즐거워하셨던 건축사님, 건축의 학문적 본질에 대하여 고심하고 함께 생각을 나누며 대화하시던 건축사님, 현실적인 비즈니스·인간관계·처세 등 문제에 직면한 상황을 사업적 능력으로 해결하시던 건축사님.

감사하게도 제가 모셨던 건축사님 중엔 ‘직업으로서의 건축사’를 부정적으로 표현하신 분이 한 분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이 제게 좋은 말씀만 해 주셨기에 제가 꿈꾸던 건축사의 모습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속 부정적 말과 행동은 되도록 멀리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할 때, 우리 사회는 건축사를 더욱 가치 있는 직업으로 알아봐 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건축사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건축사를 꿈꾸는 미래 후배님들도 마음 놓고 이 길을 갈 수 있겠지요.

아들의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그래, 좋은 생각이다. 건축주에겐 집을 선사하고, 사회에 꼭 필요하고 가치 있는 감사한 직업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멋진 건축사가 되길 바란다.” 

2022년은 대한민국 건축사님들이 더 인정받고 더 많은 곳에서 쓰이며 더 가치 있는 삶을 사는 행복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올 한 해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