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건축 관련 언론에서 설계공모의 문제점을 시리즈로 다뤘다. 건축사로서 반갑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논의가 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기사에서 비판하고 제안한 부분들이 명확한 해법인지는 의문스럽다. 특히 심사위원의 사전 공개를 문제 삼고 있는데, 과거 심사위원을 공개하지 않았던 때를 생각한다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심사위원 공개가 의무화된 경위를 복기해 보자. 심사위원이 공개되지 않았던 때 역시 이미 내정된 팀이 있어서 사전에 이를 파악해 심사위원을 조작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로 인해 공정성 시비가 있었다. 심사위원 공개를 하든 안 하든 이와 관련해 동일한 시비가 있다는 것은 이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어떤 제도를 시행해도 부패의 가능성은 존재하고, 공정성 시비의 문제가 생긴다.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 사람의 자질과 태도가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현재의 심사위원 사전 공개를 하니, 심사위원에 따라서 소위 로비가 안 되는 깐깐한 인물들에 대한 인식이다. 이 경우 흥미롭게도 참여율이 대폭 올라간다. 서울시의 설계공모 운영 사례를 보면 경쟁률이 매우 치열함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참가자들의 심사 공정성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결국 작금 설계공모 제도 문제해결의 핵심은 심사위원의 자질과 연관됨을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조달청이나 각종 기관들의 설계공모 운영 심사위원 구성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규칙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설계업무 경험이 일천한 심사위원 또는 설계공모 당선 경험이 전무한 심사위원들이 위원으로 위촉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는 실력 검증이 안 된 아마추어가 프로를 심사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심사위원들의 사후 평가나 참여 횟수, 그들의 심사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지표가 없는 형편이다. 수십 년간 이런 평가 지표 없이 심사가 운영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당장 심사위원들의 결과에 대한 사후 평가 지표를 만들고, 참여를 제한 또는 유도해야 한다. 

오늘의 우리가 건축하고 완성하는 것이 단순한 공공건물이 아닌 건축문화유산의 가치를 가진 공공건축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한번 건축하는 공공건축을 이삼십 년 지나면 철거하고 정기적으로 다시 건축하는 것이 타당한가. 수요의 변화와 확대로 다시 지어져야 하는 필요도 존재한다. 하지만,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서 공공건축은 내용과 운영 프로그램이 바뀔지 언정 유지되고 유산으로서 존재하는 가치가 충분하다.

핀란드의 알바 알토가 설계한 공공건축들의 가치가 이를 설명해 주고 있다. 건축의 가치를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공공건축도 아니고, 민간 건축 그것도 주택인 시카고의 로비 하우스는 소유주에 의해 훗날 철거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건축유산이라는 인식하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설계를 바탕으로 다시 건축되어 오늘날 수천 명의 방문객을 시카고로 유치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시카고의 역사가 된 것은 분명하다.
공공건축 설계공모의 운영을 잘하자.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페셔널한 심사위원에게 권한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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