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50대 이전 사람들의 어린 날은 태권V도 마징가Z도 없었기에 손오공이 권두운을 타고, 재주 한번에 1만8천리를 달리며, 여의봉으로 악마를 퇴치하는 장면에 환호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다. 구름을 타고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는 이야기는 종교나 신화에 수많이 등장한다. ▲단군신화에서 환웅은 하늘에서 하강할 때에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렸으며, 고구려 시조 주몽의 아버지 해모수도 채운(彩雲)속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신성현시(神聖顯示)를 하고 있다. 제주도의 무속신화는 하늘과 땅이 열린 후, 2차 개벽은 5색 구름으로 5방이 열림으로 이뤄졌다고 전한다. 성경에서도 여호와는 이집트를 탈출할 때 구름기둥으로 길을 인도하였고, 교통수단을 삼기도 하며, 숨거나, 구름의 모습으로 나아가기도 하였다. ▲구름은 색깔에 따라 그 뜻이 극명하게 갈린다. 청운은 입신출세이며 백운은 방황과 탈속이다. 뜬구름은 이루지 못할 망상을, 먹구름은 절망을 표현할 때 쓴다. 또한 진리나 정의를 가리거나 부정하고 은폐하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도교에서 구름은 이상향 또는 피안의 세계를 일컬으며, 세속을 떠난 초월의 경지를 상징한다. 불교는 수도승을 운수객(雲水客)이라 하여 구름과 물을 수행과 같은 말로 삼았다. ▲구름은 시와 그림의 주요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일찍이 최치원은 고운(孤雲)이라 호를 지어 외로움과 고고함을 나타내었고, 조선조 시인 이달은 “절은 흰 구름 속에 있는데 / 흰 구름, 스님은 쓸지를 않네(寺在白雲中 白雲僧不掃)”라고 절묘하게 백운을 겹쳤고, 박목월은 “강나루 건너서 / 밀 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 를 노래하였다. ▲구름무늬는 칠기, 동경, 범종, 도자기, 옷 등은 물론 건축에서도 많은 곳에 쓰였다. 쌍영총을 비롯한 고분의 괴운문을 비롯하여 돌기둥, 와당, 벽돌, 바닥전, 돌기둥, 천장 밑이나 상여의 운각(雲閣) 등에 점운(點雲), 비운(飛雲), 유운(流雲), 보운(寶雲), 적운(積雲), 만자운문(卍字雲紋) 등 다양하게 쓰였다. ▲이렇듯 인간의 삶 속에 함께 한 구름이 영문이름 클라우드(cloud)로 인류 혁명의 주체로 나타났다. 클라우드란 각종 책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문서파일, 동영상 등 인류가 쌓아온 지적재산을 저장하고 이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거대한 인공지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단돈 30달러에 모든 기계장비를 써 발명품을 만들 수 있는 테크숖이 열려 누구나 발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외국어 장벽이 없어지고, 사무실 없이 언제 어디서나 근무가 가능하며, 1인 기업이 번성할 것이라 한다. 건축사의 과다배출로 소위 핸드폰건축사가 늘어만 간다는데, 이들의 고달픔도 클라우드의 진화와 함께 창의적 작품생활의 기반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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