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 장승리
당신의 손을 잡는 순간
시간은 체온 같았다
오른손과 왼손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놓았다
가장 잘한 일과
가장 후회되는 일은
다르지 않았다
- 장승리 시집 ‘무표정’ /
문예중앙 / 2012
‘주문공문집(朱文公文集)’ 권학문(勸學文)에는 “少年易老學難成”이란 시구가 나온다.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리고 “연못가의 봄풀이 채 꿈에서 깨기 전에/ 계단 앞 오동나무 잎이 가을을 알린다”라는 구절로 시간의 무상함을 일깨운다. 만약 시간에 온도가 있다면 우리는 아마 시간을 좀 더 살갑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단지 사물의 변화로만 느낄 수 있기에 우리는 종종 그것이 이것인지 이것이 그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도 시간이 지난 다음의 일이다.
함성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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