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요소수 대란에 이어, 건축 원자재 가격 상승 조짐도 심상치 않다. 철강에 이어 시멘트도 수급 불안으로 건설업계는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시멘트를 만들자면 석회석 등 원재료를 유연탄으로 구워야 한다. 유연탄은 시멘트의 핵심연료다. 시멘트 1톤을 생산하려면 0.1톤의 유연탄이 필요하다. 시멘트 제조 원가의 40% 정도를 유연탄이 차지한다. 중국의 탈(脫)석탄의 불똥이 시멘트 대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미 금년 여름 철근 가격 급등으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건설업계는 시멘트 수급에도 차질을 빚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신도시 개발 등, 추진 중인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 들어가야 할 시멘트 수요를 생산량이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 공업화 시대는 철과 콘크리트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소재는 쉽게 구할 수 있었고 공업화 추세에 맞추어 건물은 하늘을 향해 수백 층 높이로 올릴 수 있는 강도를 갖췄다. 그러나 시멘트, 철강 및 기타 건축 자재의 생산은 온실 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건물 부문에 주어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32.8%를 달성하려면 이러한 탄소 집약적인 건축 자재의 생산을 피해야 한다.
철강 및 시멘트와 같은 건축자재의 수급 불안은 고층 목조건축 시장 진입을 빠르게 재촉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도시의 목조건축으로 기후변화가 얼마나 완화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한 논문이 『Nature Sustainability』지에 발표1)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예일대학의 환경과학자 Galina Churkina는 “우리가 더 많은 공간을 찾아 콘크리트와 철로 된 건물을 계속 만든다면, 2050년에는 건물과 관련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6억 톤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도시 생활자를 위해 새로운 목조건물을 지으면, 연간 최대 6억8,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목조건물은 지으면 지을수록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고 대기 중으로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더 많이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목조 고층건물이 건축부문의 탄소중립 족쇄로부터 구할 수 있는 현실감 있는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현대의 목조 고층건축은 CLT(구조용 직교 집성판)를 사용하고 있다. 건축사들은 CLT가 나오기 전에는 철과 유사한 건축재로 집성재를 사용했다. 구조용 집성재는 라미나(널판재)를 겹쳐 접착하고 보와 기둥을 이루는 라멘조에 주로 사용했다. CLT와 구조용 집성재는 제조 공정에서 강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옹이 등의 결함이 제거된 제품이다. 제품의 강도분포가 균질하다. 두 제품 모두 기술적으로 목재 본연의 강도의 약점이 극복되었기 때문에 고층건물의 구조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 새로운 재료가 컴퓨터수치제어(CNC)에 의한 밀링 가공과 같은 정밀한 디지털 제조 프로세스와 조합으로 고층높이의 목조건축이 가능해졌다. 철강이나 콘크리트와 다름없이 구조계산을 가능하게 하고, 고층건물의 구조재로 사용하기에도 문제가 없게 된 것이다.
특히 CLT는 널판재를 섬유방향이 서로 직교하도록 겹쳐서 접착한 대형 패널이다. 콘크리트 슬래브와 유사하다. 그렇지만 철제 보를 용접하거나 콘크리트를 칠 필요도 없으므로 시공이 간단하다. 건축분야에서 슬래브의 조립 및 설계는 아파트 건축에서 적용되는 기술이다. 건축사나 건축인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기술이다. 다만 재질이 목재라는 점과 질량이 콘크리트의 5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이 기존 콘크리트 슬래브 기술과 상이하다. 만약 10층짜리 목조건물을 짓는다면 질량이 같은 높이의 철제 빌딩의 23분의 1에 불과하다. 가벼우면서 단열성이 높고 시공 속도도 빠르며 내화성능도 우수하다. CLT는 2030년 NDC 목표달성의 새로운 탄소중립의 도시 건축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건축법규로 CLT 등을 이용한 최신식의 목조건축은 규모에 제한을 받지 않지만, 너무 가벼워서 지진이나 바람이 불면 쉽게 흔들린다는 문제점을 일부에서 제시하고 있다. 마치 흔들리는 배의 갑판에 있는 것과 같이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은 멀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목조 고층건축에서는 법률의 정비나 기술이 이미 선진기술로 보완되어 있다. 지진이나 화재에도 강하고, 다양한 용도와 규모의 목조건물을 안심하고 적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편 목조 고층건축은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비용 절감, 공기 단축, 건물 경량화를 실현할 수 있다. 비교적 가벼운 소재로 이루어지므로 건설기간이 짧다. 공사 기간이 단축되는 것은 공사 전체의 경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같은 건물을 목조와 철골조로 각각 만들 경우, 건물 골조의 무게가 줄어들게 되므로 기초 공사비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목재의 장점을 나열하자면 한이 없지만, 무엇보다 친환경적이고 재생 가능한 자원이라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이러한 목재의 장점을 살리면서 기존 건축 재료와 경합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는 목재를 수확할 수 있는 산림이 있어야 하고, 그 산림이 지속 가능한 관리가 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산림으로부터 도시지역으로 이동하는 이산화탄소와 도시지역의 목조건물에 저장되는 이산화탄소가 건물의 해체 후에도 어떠한 형태로든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고 최대한 보존되고 있어야 한다. 국토의 63%가 산림인 우리에게는 다른 나라보다 NDC 목표를 줄여 가는데 유리하다. 건축재로 이용을 통해, 보다 충분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탄소를 머금을 수 있도록 심고, 베어내고 CLT 라미나 널판과 같은 건축재를 지속적으로 생산이 이러한 정책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태로는 고층 목조건축을 국산재로 실현하기는 어렵다. 국내의 CLT 등 생산시설은 매우 영세하기 때문이다. 설사 고층 목조건축 기술 붐이 와도 수입 제품에 대항할 경쟁력이 없다. 자생력을 갖도록 정부의 NDC자금의 대폭적인 지원과 독려가 필요하다. 목재의 조달이나 생산, 가공, 제조, 설계·시공에 이르기까지 지원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1) Galina Churkina etal. 2020. Buildings as a global carbon sink. Nature Sustainability Vol.3. 269-2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