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흔적
동궁과 월지(東宮과 月池)는 경주시에 위치한 신라 왕성의 별궁 터이다. 다른 부속건물들과 함께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되면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이곳에서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신라 경순왕이 견훤의 침입을 받은 뒤, 931년에 왕건을 초청하여 위급한 상황을 호소하며 잔치를 베풀었던 곳이기도 하다. 예전엔 안압지(雁鴨池)로 불렀다가, 유물 발굴 결과 신라시대 때 '월지'라고 불렸다는 것이 확인되어 2011년에 동궁과 월지라는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신라가 멸망한 후 월지는 관리가 안 된 채 방치되어 있었으며, 조선시대에는 폐허가 된 이곳에 기러기와 오리들이 날아들자 조선의 묵객들이 안압지(雁鴨池)라는 이름을 붙였다. 안압지라는 명칭은 조선 초기에 간행된 《동국여지승람》과 《동경잡기》 등에 나타나고 있다.
1980년, 안압지에서 발굴된 토기 파편 등으로 신라시대에 이곳이 월지(月池)라고 불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는 신라 왕궁인 반월성(半月城)과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며, 임해전의 이름도 본디 월지궁이었다고 한다. 《삼국사기》에 동궁을 임해전(臨海殿), 즉 바다에 면한 건물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으며, 여기에서 안압지는 바다를 상징한다.
월지는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룬 직후인 문무왕 14년(674년)에 황룡사 서남쪽 372m 지점에 조성되었다. 큰 연못 가운데 3개의 섬을 배치하고 북쪽과 동쪽으로는 무산(巫山)을 나타내는 12개 봉우리로 구성된 산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동양의 신선 사상을 상징한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섬과 봉우리에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심고 진귀한 동물을 길렀다는 가장 대표적인 신라의 원지(苑池)이다. 5년 후인 679년에는 별궁인 동궁을 이에 건축한다. 왕궁에 딸린 연못으로 서쪽에 별궁인 임해전이 있으며, 동쪽과 북쪽은 굴곡이 심한 곡면을 이루고 있고, 연못 안에는 3개의 섬이 있다.
월지, 모습을 드러내다
동궁과 월지 부근에 대한 최초의 조사 자료는 일제 강점기의 후지시마 가이지로가 1929년부터 2주 동안 경주의 신라시대 도성지와 사지를 조사한 내용을 담은 《조선건축사론》에 실려 있다. 이때 월성의 건축에 대한 내용에서 안압지와 임해전지에 대해 간단히 다루고 있다. 이 글에서는 월지에 접한 건물지 1동을 임해전지로 비정하고 신라시대 궁전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일한 예로 언급하였으며, 임해전지와 안압지를 《삼국사기》 기사에 등장하는 동궁이나 월지와 구분하여 병렬적으로 나열하였다.
안압지가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1975년의 일이다. 경주시는 당시 방치되어 있던 안압지를 1974년 11월부터 정화사업을 통해 깨끗이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조사 도중 명문 기와 등 다량의 신라시대 유물이 드러나게 되고 문화재위원회 및 문화재 관리국에 이를 보고하여 경주고적발굴단이 1975년 3월부터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되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07년 동궁과 월지 북동쪽 일대에 대한 중장기 발굴조사 계획을 수립하였으며, 그 결과 동궁과 월지의 영역과 동궁 내 대형 건물지군, 담장, 배수로 등 동궁 관련 시설을 확인하였다. 일제 강점기에 철도가 지나가는 등 많은 훼손을 입었던 임해전 터의 못 주변에는 회랑지를 비롯해서 크고 작은 건물터 26곳이 확인되었다. 그중 1980년에 임해전으로 추정되는 곳을 포함하여 서쪽 못가의 신라 건물터로 보이는 5개 건물터 중 3곳과 안압지를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임해전은 별궁에 속해 있던 건물이지만 그 비중이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이며 안압지는 신라 원지(苑池)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복원 및 논란
1976년까지의 복원을 통해 알게 된 건물지의 위치와, 획득한 자재들을 토대로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은 동궁과 월지의 복원을 시작한다. 이때 3개의 전각을 복원했는데 이후 더 복원하지 않았다. 경주시는 2010년부터 630억원 정도를 들여 신라왕경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동궁과 월지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유네스코 역시 상기한 바와 마찬가지로 충분한 고증이 없는 현 상태에서 무리한 복원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출했다.
현재에 이르러 동궁과 월지는 경주 야경의 명소로 달이 비치는 연못이 매우 인상적이다. 동서 길이 200m, 남북 길이 180m인 월지는 남서쪽의 둘레는 직선인데 반해 북동쪽은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어느 곳에서도 못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없어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와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연회장소로 쓰인 ‘임해전(臨海殿)’은 바다를 내려다보는 전각이라는 뜻으로 연못 월지의 조경이 바다를 표현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출처 : 위키백과]
동궁과 월지 주차장 주소 : 경북 경주시 인왕동 504-1
입장료 : 3,000원, 매일 09:00~21:30(퇴장시간 2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