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나 창원 같은 산업도시들은 본격적인 산업화와 맞물려 지난 6, 70년대 적극 개발되었다. 전통 도시들도 기존 범위가 확장되면서 기능에 따른 도심 구성으로 재편되고, 그 결과 베드타운이나 중심업무지구(CBD) 등이 만들어졌다. 제조업 중심으로 기능이 분업화하며 도시구조가 반응한 결과다. 약 40여 년간 우리 도시 기반 산업으로 제조업이 중심이었으나 90년대부터 서서히 체제 변화하며 정보통신과 디지털, 그리고 고도 생산성과 창의적 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확장됐다. 산업구조 체질이 안정적으로 변화하면서 21세기 들어서도 지속성장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이런 산업구조의 변화에 도시구조가 제대로 대응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변화와 더불어 주거공급 요구로 새로운 도시들이 만들어졌지만, 이들 도시는 20세기형의 기능 분화 중심이다. 한마디로 시대에 뒤떨어진 형태다.
폭발적인 성장 시기에 재구성된 기존 도시들 역시 새로운 사회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면 도심 슬럼화로 경쟁력이 악화하며, 그보다 생활환경 역시 나빠지게 된다.
현재 우리 도시들의 대대적인 혁신과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직주근접의 시간 절약형 도시 구조, 개인들의 유휴시간이 극대화되며 지식산업과 창조산업 시대에 꼭 필요한 도시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기존의 기능별 조닝에 따른 지역지구제는 대대적으로 폐지 또는 개조되어야 한다.
당장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성남 대장동의 경우만 하더라도 단순한 주거공급 차원의 정책 시도가 있었다. 논란의 중심에는 종 상향이 자리한다. 임야였던 곳을 개발하기 위한 당연한 시도였으나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부재했다. 기존 도심 내 재건축, 재개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도화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정책적 판단으로 시행되고, 이 과정에서 부정부패의 가능성마저 생긴다. 게다가 변두리 지역 70년대 공급되던 베드타운들은 50년이 지난 현재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단지형 울타리로 도시 기능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이를 달리 개조하려 해도 제도적 근거나 법적 기준이 없다.
종 변화를 위한 제도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베드타운이었던 기존 아파트 단지들을 블록형으로 도시 재구성을 하기 위한 도시화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도시의 생산성 측면에서 공공 도로율은 매우 중요한데, 당장 70년대 개발된 우리 도시들의 베드타운들은 공공 도로율이 매우 낮다. 파리나 유럽의 도시들이 30% 개방적 도로율을 가지고 도시 기능이 여전히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데 반해서 우리나라 베드타운 기존 지역들은 공공 도로율이 10% 후반대에 머문다. 이런 구조로는 도시의 생산적 활용이 불가하다.
천만다행으로 우리나라는 재개발에 대한 수요와 일반 시민들의 의지가 높다. 더 늦기 전에 공공 도로율을 상향시킬 수 있는 거래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도시화 지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이러한 도심 재구성은 획일화된 군사독재 시대 풍경인 복사판 천지의 도시 경관을 다양화할 수 있는 이점까지 있다.
- 기자명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 입력 2021.11.04 14:28
-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