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학생 2학년이 찾아왔다. 복학 후, 첫 학기 설계수업이 너무 힘들어서 학교에 가기가 싫고, 휴학을 할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설계실에서 만나는 선배들이나 졸업한 선배들의 얼굴도 모두 우울하고, 졸업 후 어떻게 살지 답답하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어왔다.
#2. 지역 건축사회 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 시작부터 중간 중간, 그리고 끝까지 이어지는 대화들, “일이 없어서 논다” “설계비가 너무 낮다” “감리 특히 해체감리 무서워서 못하겠다” “공무원들 짜증나게 한다” “건축주 좋은 일만 시키는 우리는 바보다” 등등. 결국 현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못하고 결론 없이 회의를 마쳤다.
#3. 대형 사무소의 이른바 영업 담당 건축사를 만났다. 심사나 평가를 위해 전담 관리하는 교수들과 골프와 식사와 술 접대하며, 특히 젊은 교수들 앞에서 말조심, 행동 조심하는 자신의 모습에, 젊은 시절의 저임금과 야근 속에서도 건축에 대한 애정에 행복하던 모습을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졌다고 한다.
행복합니까?
2021년 마지막 몇 달을 살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인도 불행하고, 중장년도 불행하고, 청년도 불행하고, 소년도 불행하다고 아우성이다. 재벌도, 자영업자도, 직장인도, 공무원도, 전문직도 불행하다. 사회와 제도에 대한 불만, 타인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폭력과 고발과 다툼 그리고, 세계 자살률 1위의 대한민국에서 행복한 사람은 없다.
우리 건축사를 포함한 건축하는 모든 사람들은 행복할까? 잘 나가는 건축사도, 못 나가는 건축사도, 건축사보도, 학생들도 모두 불행하다고 아우성이다. 수주 걱정, 업무처리 걱정, 건축주와 발주처의 비위 맞추기, 공무원과 심의위원의 부당행위와 업무상 민형사 처벌의 공포, 끊임없이 쏟아지는 법과 규제, 그리고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삶에서 우리는 모두 불행하다. 내년에 대통령이 바뀌고, 탈 코로나 시대가 되고, 세계경제가 회복되었다고 행복한 시대는 올까? AI 시대의 삶은 행복할까?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매트릭스’를 보면서, 과학과 기술이 매우 발달한 미래사회가 왜 어둡고 고통스러울까 생각했지만, 지금 영화 속의 미래사회가 현실화되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그러나, 그래도 우리 건축사는 조금은 행복하지 않은가? 물론 어려운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건축사가 코로나로 인해 생존의 기로에 있지는 않고, 건축사들 모임에서 2000cc 이하 자동차를 보기가 힘들지 않은가? 돈과 명예와 여유 있는 삶을 살 수는 없지만, 힘들지만 그래도 어려운 2021년을 잘 살아가고 있다. 범죄자의 인생 막장 속에서의 변호사나 죽음의 공포 속에서의 의사들과는 달리, 우리는 행복한 꿈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의 건축 문화적 가치와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건축사의 사회적 지위와 인식도 올라가고 있다. 건축의 사회적, 경제적 가치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고려도 점점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불평하고 짜증 내고 체념하고 포기해서는 행복할 수 없다. 사회적 요구에 수동적이고 억지로 끌려가기보다는 우리가 먼저 적극적, 창조적으로 전문가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비하여 먼저 공부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당당하게 일하고 신나게 일하고 부당함을 거절하고, 건축사임을 자랑하고 현재의 작은 삶에 만족하여야 행복할 수 있다. ‘웃으면 복이 와요’처럼, 밝고 활기차고, 능동적인 사람에게 일을 주지, 소극적이고 우울한 사람에게 일을 주지 않는다. 건축사를 포기하지 않고, 설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왕 하는 것, 신나게 기분 좋게 하자. 행복하게. 다 함께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