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이익의 극대화”
이는 누구도 거부하기 힘든 경영의 목표로 알려져 있다. 기업의 목적은 주주이익 극대화에 있다고 서술한 경영학 원론 교과서가 많기 때문에 소위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는 한 시대를 지배한 이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관점에서 바라보면 주주는 기업이 신경 써야 할 여러 이해관계자(stakeholder) 가운데 한 집단일 뿐이다. 실제 일부 기업은 주주 중심주의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존슨앤존슨은 기업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이해관계자로 고객, 즉 환자와 의사, 간호사를 들었다. 그 다음으로 챙겨야 할 사람은 부모님, 비즈니스 파트너, 직원, 지역사회다. 마지막으로 챙길 사람이 바로 주주였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주주가 홀대를 받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고객과 직원, 지역사회를 열심히 챙기다보니 매출과 수익이 늘었고 결국 주주들도 혜택을 받았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라는 새로운 이념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사례와 일맥상통한다.
존슨앤존슨과 유사한 접근을 한 또 다른 회사가 유니레버다. 이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분기보고서와 투자 참고자료 등을 제출하던 관행을 폐지했다. 대신 10억 명의 삶을 개선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과거에 비해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다양한 활동을 벌였는데 가장 극적인 일은 다음과 같다. 유니세프가 유니레버 경영진에게 신생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비누를 기증해달라고 부탁했다. 유니레버는 비누에 자사 브랜드(lifebuoy)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흔쾌히 기부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유니세프와 함께 손 씻기 캠페인을 진행하며 수 억 명의 사람들에게 교육을 진행했다. 결국 수 백 만명의 목숨을 살렸다. 비누 매출 역시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했다.
현장에서 이런 일을 주도한 폴 폴먼 전 유니레버 CEO(현 이매진 공동창업자)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최신호에 그의 경험을 소개하며 ‘넷 포지티브(Net Positive)’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넷 포지티브란 기업 활동의 전 영역에서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개념이다.
현실에서 기업 활동 100%가 환경 및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갖고 활동하다 보면 세상은 나아지고 사회·환경 문제는 해결되며 덕분에 기업 역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 주주 중심 자본주의라는 이념을 기반으로 전 세계는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지만, 사회 및 환경 문제와 관련한 심각한 악영향도 경험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의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넷 포지티브라는 개념은 기업과 경영자에게 근본적인 존재 이유와 목적의식에 대해 성찰과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