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가 흥행을 하고 그 이후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나오고 수 많은 곳에서 ‘슬기로운’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문구가 유행처럼 사용된다. ‘슬기로운 캠핑생활’, ‘슬기로운 산촌생활’ 등에 이어서 길거리의 간판에도 슬기로운 국수생활, 슬기로운 횟집생활 까지 ‘슬기롭다’라는 단어 뜻과 깊이와는 관계없이 사용되는 것을 본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는 슈퍼스타 야구선수가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돼 들어간 교도소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블랙코미디로 감옥을 배경으로 미지의 공간 속의 사람 사는 모습을 그린 에피소드의 드라마이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을 보면서 문득 건축사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면서 건축사가 처한 상황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공감하게 되었다. 먼저 감옥이라는 공간은 물리적 한계상황으로 개인적 힘으로는 절대 바꿀 수가 없다. 건축사의 환경은 어떠한가?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아직도 우리를 가두어놓고 있다. 법 제도 및 불합리한 건축행정업무 개선, 설계·감리비에 대한 대가, 건축사 의무가입, 건축사의 생존권과 관련된 많은 일들이 우리의 목소리와 힘으로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작금의 상황들을 보면 무기수와 같이 영원히 갇혀 있을 것만 같아 암울하다. 그리고 감옥 속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각자의 사연이 있고 억울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건축사들의 사연은 또 어떠한가? 설계비 덤핑으로 제 살 깎아먹기, 일부 불성실한 감리업무로 인한 사건·사고, 로비와 청탁으로 불공정한 설계공모가 만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핑곗거리는 결국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면 관행이라는 쉬운 말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부터 돌아보게 된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서 마지막 결말은 슬기롭게 교도소 생활을 이겨낸 주인공은 성공적으로 재기하게 된다. 우리 건축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건축사 업을 영위함에 있어 많은 어려운 점이 있지만 슬기롭게 이겨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지만 슬기로운 건축사 생활수칙을 제안해본다.
첫째, 우리 건축사들은 슈퍼스타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자만하거나 우쭐하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 재능을 책임감 있게 사용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극 중 주인공은 유명한 운동선수이지만, 관련 없는 어려운 사람들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도와준다. 그러나 결코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선행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로부터 깊은 신뢰와 믿음을 쌓게 된다. 우리 건축사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행동이 더 빛나게 할 것이다.
둘째, 우리 건축사들에게는 우리를 지지하고 끝까지 응원하는 팬들이 있음을 잊지 말자. 주인공은 억울하게 죄를 받아 감옥살이를 하는 고통을 겪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의 사랑과 도움으로 재기를 하게 된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건축 관련 소송으로 힘든 시간이 있었다. 물리적 손해는 두 번째로 정신적 후유증의 치유는 의사도 약도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들의 격려와 조언이었다. 수많은 건축 관련 이해 당사자들과 감정적 갈등과 법적인 송사로 정신적·물리적 고통과 시련이 있었고 앞으로 계속 있겠지만 나를 지지하는 가족들과 건축사의 업무를 이해하는 동료 건축사가 있음을 잊지 말고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베풀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생각과 진심을 담은 실천만이 좋은 결과가 따른다는 것이다.
내 눈앞의 이익이나 생존을 위한 얕은꾀와 일시적으로 남의 마음을 속이는 방법은 오래 지속할 수 없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남의 일을 도울 때 무엇이 옳은 일인지를 확신을 갖고 행동하고 약자에게 연민을 느끼며 욕심부리지 않고, 겸손하고 무겁게 행동한다. 슬기롭다는 단어는 국어사전에서 보면 ‘사물의 이치를 바르게 분별하고 일을 정확하게 처리할 방도를 생각해 내는 재능이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슬기로운 건축사 생활은 건축사의 생각이 올바르게 서고 책임감 있는 태도와 자존감 있는 행동으로 공공의 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결국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게 될 것이며 그 무한한 신뢰는 우리 건축사의 생각과 선순환적인 삶에 동력이 되는 생활이 될 것이라 말하고 싶다. 슬기로운 건축사 생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와 별로 다르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