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 최문자

  진정한 지옥이란
  미지근한 물이
  너무 오래 흐르는 것

  시는 
  월요일은 모든 것인 듯
  화요일엔 모든 것이 아닌 듯
  들쥐처럼 멀리 지나가는
  월요일 화요일
  진정으로 나를 찾아오는 수요일은
  꽃말 있는 꽃이 되려는 중

  히말라야에서 들었다
  뿌리에서 올라오는 꽝꽝 얼린 꽃말

  월요일 화요일 보내 놓고
  수요일은
  히말라야의 꽃말이 필요하다


- 최문자 시집
  ‘사과 사이사이 새’ 중에서 /
  민음사 / 2012년

1. 미지근한 물이 너무 오래 흐르는 것이 진정한 지옥과 무슨 상관일까? 2. 월요일과 화요일은 왜 대립 될까? 3. 들쥐처럼 남몰래 지나가는 월요일과 화요일은 알겠는데, 수요일이 꽃말 있는 꽃이 되려는 중이라는 건 또 뭘까? 그리고 수요일엔 왜 그게 필요하다는 것일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자의적인 말들이 시 전체를 흐르고 있다. 겨우 짐작 할 수 있는 것은 뿌리에서 올라오는 꽝꽝 얼린 꽃말이란 게 히말라야에서 그렇다니 수긍이 갈 뿐이다. 그런데도 필요한 말인 것 같다. 어디다 쓰는 것인지도 모르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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