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중 건축사
김연중 건축사

개업 후 겪은 일을 바탕으로 젊은 건축사로 고민했었던 일들에 대하여 공유해 보고자 한다.
건축계의 어려운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젊은 건축사는 더더욱 그렇다. 30대 후반의 젊은 건축사에 속하는 필자의 경우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업했고, 무모하리 만치 아무런 대비 없이 ‘그냥’ 사업을 시작했다. 조직에 소속된 채로는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에 있는 것 같았고, 그 터널을 빠져나오는 방법은 비교적 안정된 수입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불안했지만 그 불안함을 선택했다. 기반이 없고 별다른 대비 없이 시작했기에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오면 잡았고, 최선을 다했다. 작은 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중 단독주택 의뢰가 들어왔다. 여기서 첫 번째 고민이 생긴다. ‘설계비로 얼마를 제안할 것인가’이다. 건축주 마음속 설계비와 나의 마음속 설계비가 같지 않고, 젊은 건축사를 선택한 데에는 내심 싸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리라 생각돼서다. 건축주의 입장에선 나는 준공된 작품이 없었고,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지 않고 설계자로 선택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어느 정도 진행된 설계안을 보여드리고 난 후 설계비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개념이 나타날 정도의 배치 모형을 준비하여 개략적인 평면까지 설명 후 설계비를 제안했고, 다행히 서로 이해되는 적정(?) 설계비로 계약을 진행하였다. 포트폴리오가 없는 나로선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쿨한 건축주분을 제외하고는 지금도 비슷한 프로세스로 계약이 이루어진다.

설계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 두 번째 고민이 생긴다. 설계는 끝이 없으므로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것인가’이다. 사무실을 구경 온 지인 건축사님이 수많은 대안과 모형을 보고 이 정도로 일해주면 “설계비 얼마 받니”라는 질문에 “얼마 못 받아요”라며 웃고 넘긴 일이 있다. 설계비와 업무량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에 고민스러웠다. 충분한 설계비를 받고 일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 속에 나의 가치를 증명해 내는 일은 설계비가 아니라 준공된 건축물이라는 생각을 했고 이러한 이유로 설계비도 중요하지만 돈 받은 만큼 일을 재단해서 하진 않는다.

세 번째 고민은 건축을 대하는 건축주의 욕망과 건축사의 욕망이 다름에서 오는 괴리감이다. 내 생각과 건축주의 생각이 다를 땐 항상 선택권은 “건축주에게 있다”라며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이때 가장 많은 힘을 쏟는다. 건축주가 원하는 안과 내가 생각하는 안 모두 보여 드리며 ‘내심’ 건축사의 안을 따르길 바란다. 지금도 이 ‘내심’이 건축사의 욕심인지 이기심은 아닌지 고민한다. 그리고 때론 섭섭해하기도 한다. 한땐 건축주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고 푸념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최선을 다해 보여드리고 그다음 과정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도시경관을 해친다고 생각할 때다. 평소의 소신은 건축물은 사유재산이지만 지어지는 순간 원하던 원하지 않던 건축물은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설계비를 받은 만큼 재단해서 일을 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이 밖에도 수많은 고민거리와 알 수 없는 불안 속에 사무소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설계는 끝이 없지만 언젠간 끝이 나는 나의 설계 여정 속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일에 성심을 다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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