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87세 일기로…포스코센터 등 대표작 남겨
생전 국내 주거 문제 해결 위해 헌신, 건축계 애도 이어져
국내 여성건축사 시대를 연 지순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상임고문이 9월 21일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일제강점기 중이던 1935년 태어난 고인은 1958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주택영단(현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최초의 아파트 설계 실무를 담당했다.
1966년에는 여성 최초로 건축사 면허를 취득했으며 대한건축영단 건축과 기사, 구조사건축기술연구소, 일양건축연구소 대표를 거쳐 1971년부터 1991년까지 연세대학교 가정대학 주생활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 등 공공기관 심의·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1983년부터 2003년까지는 남편 원정수 인하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와 함께 세운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맡은 뒤 최근까지 상임고문으로 일해 왔다.
생전 고인은 한국은행 본점부터 포스코 센터, 포항공대, 국회의장 공관, 삼성 태평로빌딩, 서울역 세브란스 빌딩, 명동대성당 종합계획, 코오롱 과천 신사옥,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주)금성 여천공방 및 별관, 포항제철 교육시설 및 사원주거단지, 서울여자대학교 강당, 한국은행 강릉지점, 재무부장관 공관, 호남정유 클럽하우스, 금성사 평택공장 기숙사·후생복지동·식당복지동·기술연구동, 광양제철소 사원숙소 마스터플랜, 망향 휴게소, 교원공제회 대전회관 등을 설계했다.
이중 포스코센터는 국내 최초의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건축의 미래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업 사옥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 수상작에 선정된 고인의 대표작이다.
2014년 가을에는 남편 원정수 명예교수와 함께 저서 ‘집’을 펴냈다. ‘어떤 집을 짓고,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50년 건축 여정을 정리한 ‘집’은 급격한 사회 변화에 따른 주택 양상의 변화를 담고 있다. 책에 실린 지순·원정수 부부의 서른 한 가지 프로젝트 자료들은 그 자체로 귀중한 한국 근현대 건축의 사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접한 후배 건축사들은 국내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헌신했던 고인의 발자취를 기억하며 큰 애도를 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