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건축사 검색·매칭 넘어 건축사 ‘기획업무’ 직접 제공
법조계 “건축사법, 건축법 위반 행위 해당” 의견
저가 수주 유도 장치로 변질…“사무소 어려움 가중” 지적
협회 “건축사법 개정 제도적 장치 마련도 병행”

법무부가 최근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공식화한 가운데, 건축사업계에서도 온라인 건축플랫폼에 대한 건축사사무소 종속화에 대한 우려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두고 변협과 로톡이 ‘강 대 강’ 구도로 치닫는 상황에서 중재자로 나선 법무부는 8월 24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로톡은 특정 변호사를 소개·알선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플랫폼에 올라온 변호사 광고를 보고 직접 상담 여부를 판단하는 광고형 플랫폼”이라며 “변호사와 이용자 간 계약 체결에 관여하고 그 수수료를 챙기는 ‘중개형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다”고 했다. 다만 “변호사 제도의 공공성 저해와 법률시장 자본·플랫폼 종속화를 초래할 수 있어 TF를 구성하여 법 제도개선 논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변호사법은 법률사건 등의 수임과 관련해 유상으로 당사자 등을 특정한 변호사에게 소개·알선하는 행위나 비(非)변호사가 변호사 업무를 통해 보수나 이익을 분배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들 뉴스는 건축설계 AI 플랫폼이 건축사업계에도 시나브로 곳곳에 스며들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의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의 건축플랫폼이 ‘로톡’이라는 법률플랫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전문가를 홍보·소개하는 행위를 넘어서 AI기술로 건축사법상 규정된 건축사의 고유업무 중 하나인 건축물의 ‘기획업무’를 직접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하우빌드’ 스케치의 경우 주소를 입력, 건물 용도를 선택하면 ⓛ설계의 개요 ②층별 도면을 제공한다. ‘건축사의 기획업무’와 같은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의 업무를 직접 제공하고 있다. 하우빌드 누리집 갈무리.
‘하우빌드’ 스케치의 경우 주소를 입력, 건물 용도를 선택하면 ⓛ설계의 개요 ②층별 도면을 제공한다. ‘건축사의 기획업무’와 같은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의 업무를 직접 제공하고 있다. 하우빌드 누리집 갈무리.

가령 ‘하우빌드’가 제공하는 ‘sketch’의 경우 소비자가 주소를 입력, 건물 용도를 선택하면 재료·승강기 여부·주차장·주거 방식 등에 따라 ①설계의 개요를 검토해줄 뿐 아니라 전체 분양면적 외에 층별 면적, 층별 용도에 따른 ②층별 도면을 제공한다. 그 외에도 관련 법령에 따라 건축 가능 규모, 조경, 주차대수, 일조사선, 공개공지 등을 검토해 준다. 건축사법 제2조 제3호 및 제19조 제1항에 따른 ‘설계’를 제공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같이 건축플랫폼이 건축사 검색 및 매칭을 넘어 ‘건축사의 기획업무’와 같은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의 업무를 직접 제공하는 것’은 건축사법 위반 사안일까 아닐까.

법무법인 바른측은 “하우빌드 사가 누리집을 통해 서비스하는 ‘Sketch’의 경우 연면적 85제곱미터 이상인 증·개축 또는 재축, 연면적 200제곱미터 이상이고 층수가 3층 이상인 대수선의 경우에 대해서도 건축물의 건축 등을 위한 설계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이는 건축법 제23조 제1항과 건축사법 제4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보여진다”고 답했다.

이 같은 불법 여부를 두고 참고할 만한 유사 사례로는 세무사회가 올해 3월 종합소득세 신고와 세금 환급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삼쩜삼’ 운영사 ‘세무회계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를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한 것을 들 수 있다.

◆ 전문서비스 플랫폼 시대적 흐름이긴 하나
   전문직역 종속화에 따른 과당 경쟁, 
   업계 착취구조 심화는 문제로 지적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과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하고 관련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사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자 변화라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현재 ‘로톡’ 외에도 두각을 보이는 전문서비스 플랫폼으로는 미용·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 바비톡’, 원격진료와 처방약 배송 서비스 플랫폼 ‘닥터나우’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서비스 플랫폼
전문서비스 플랫폼

다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공간을 바꾼 불법 사무장 브로커와 다를 바 없다는 논란과 법 위반 행위 ▲과당 경쟁 유발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에 따른 분쟁과 피해 구제 문제 ▲플랫폼 거대화에 따른 독점과 전문 직역의 종속화는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험 요소라는 업계 내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현재 건축사들 사이 플랫폼 종속에 따른 과당 경쟁, 건축사사무소(건축사)에 대한 착취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다수의 건축사들은 “건축플랫폼이 건축사들 간 설계비 경쟁을 붙이는 최저가 입찰(비딩)으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건축사가 건축사법에 의해 건축물과 공간 환경을 책임지는 사명을 부여받아 강한 규제를 받음을 비춰볼 때 이윤이 ‘최선’인 시장 논리가 적용돼 이들 플랫폼이 아무런 규제 없이 사업확대를 꾀하고 이를 통한 업계 종속화가 심화되어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저가 설계비로 가뜩이나 몸살 앓는 데
   또 하나의 폭탄 돼선 안돼


지금까지의 평가만 놓고 본다면 업계 내 긍정적 효과보다는 저가 설계비로 가뜩이나 몸살을 앓고 있는 업계에 건축플랫폼이 또 하나의 폭탄이 되고 있는 셈이다. 건축사사무소도 나름의 이익을 발판삼아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개선 노력,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음에도 이를 더디게 할 뿐 아니라 사무소 종사자들의 처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차제에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플랫폼 자체가 저가 수주를 유도하는 장치로 변질되어 건축사사무소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건축사협회는 현행법 위반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형사고발 등 법적 대응에 적극 나서고, 제도적 장치 마련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4차산업 대응 계획 만들기에 나선다.

협회 관계자는 “통상 전문서비스 플랫폼의 경우 전문자격사와 의뢰인 간의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뿐 피해가 생겼을 때 회복이 쉽지 않은 공적 업무인 전문자격사의 업무를 직접 서비스하지는 않는다”며 “변호사 자문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업체 고발과 동시에 정부에 건축사법 개정 등 제도적 장치 마련도 건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협회 주도의 AI기반 설계 플랫폼 서비스 제공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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