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사무소의 매출은 크게 민간 건축과 공공기관 발주에서 발생된다. 민간은 개인부터 민간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건축사들 개개인의 역량과 조직의 영업력으로 수주가 진행된다. 따라서 설계비 역시 천차만별이며, 대가기준 역시 없다. 20여 년 전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가 가이드라인이 담합으로 판정되면서 해결되지 않은 채로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인건비가 올라가고 대내외 각종 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됨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에 따른 덤핑이 난무하고, 정부는 수수방관 자세로 쳐다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공공발주 건축설계는 매우 유의미한 기준이자 건축사사무소들의 영업대상이다. 적어도 법적으로 마련된 각종 가이드라인이나 최저임금 또는 근무환경조건 개선 등에 따른 최소한의 비용 부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롭게 창업하는 신진 건축사들은 민간 영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크고 작은 공공건축 설계공모에 참여하게 된다. 문제는 설계공모의 결과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수십 년 계속된 설계공모의 곯은 문제다. 이미 1960년대 월간 <건축사>를 보면 이런 설계공모의 심사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970년대에도 마찬가지다. 온갖 이야기와 뒷말들이 난무한다.

대형 건축사사무소들이 전국 대학 출신을 골고루 뽑는 가장 큰 이유가 각 대학 교수들이 각종 건축 설계공모의 심사위원으로 차출되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설계공모로 진행되는 공공발주는 사회의 성장과 발맞춰서 더욱 커졌다. 최근에는 설계비 1억 이상은 공개적인 설계공모를 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그사이 심사 공정성 논란으로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 왔다.

가장 큰 설계공모를 주도하는 LH의 경우는 심사위원단에 선정되기 위한 로비가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속된 말로 심사위원 참석비라고 해봐야 교통비 수준밖에 안되는데 왜 이런 뒷말들이 나오는가? 각종 공사나 지자체는 말할 것도 없고, 조달청 주관의 설계공모도 마찬가지다. 심사위원 자리가 교수들의 명예 자리가 아니라 이권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모든 심사위원이 그렇지는 않다. 그런 경우는 한자리 숫자 퍼센트 비율도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한자리 숫자라도, 참여하는 건축사들은 말 그대로 당선을 위해 전력 질주를 한다. 당선작이 할 말 없게 만드는 우수한 작품이라면 불만도 덜 하겠으나, 인정하기 어려운 수준의 당선작이라면 건축계 전반의 권위와 평판까지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조달청의 온라인 심사도 이미 사전에 심사위원과 접촉해 어느 사무소가 당선됐다는 등 말들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심사위원 자격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서울특별시의 설계공모가 제일 많은 공감대를 이루고 건축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비교적 공정함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의 심사위원은 반드시 국내외 건축사 자격자여야 한다. 그리고 해당 사업의 유경력 심사위원을 우선한다. 명예의 가치를 담은 심사위원 풀을 확보하고 있다. 심사위원의 발언을 생중계 또는 녹화한다. 이 정도라면 모든 설계공모 방식이 참고할 만하지 않을까? 

설계공모의 성과는 제품이 아닌 이상 건축 가치 면에서 우수한 작품을 통해 평가받는다. 그것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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