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노야
- 고은
세노야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저 산에 주고
슬픈 일이면 님에게 주네
세노야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받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바다에 주고
슬픈 일이면 님에게 주네
- 고은 시집 ‘세노야 세노야’ / 신진문화사 / 1970년
가수 양희은의 노래로 잘 알려진 시다. ‘세노야’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남해에서 뱃놀이를 하던 고은 시인이 멸치잡이 어선을 구경했는데, 그때 어부들이 그물을 후리며 부르던 노동요에서 ‘세노야’라는 말을 듣고 단지, 그 어감에 이끌려 쓴 시라고 한다.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해도 시는 그 모르는 틈에서도 생성된다. 시인 김완수는 ‘세노야’를 흐르는 ‘세월’이 아닐까, 사석에서 추정하기도 했다. 그 뜻이 무엇이든지 간에 가끔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명에 이끌리듯이, 시는 알 수 없는 가운데서도 알 수 없게 태어난다.
함성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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