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 하나 따서 단지(에) 넣고 뚜껑 닫고, 별 둘 따서 단지(에) 넣고 뚜껑 닫고, 별 셋 따서 ... .” 한 여름 밤이면 약쑥대로 모깃불을 피워놓은 마당에서 ‘누가 숨을 안 쉬고 더 많은 별을 딸 수 있나’를 누이들과 내기할 때, 별똥별이라도 지고 나면 방금이라도 떨어질 것 같이 깜박이는 영롱한 별들로 그림을 그렸다. 별 이름이랬자 은하수를 마주하는 견우와 직녀 그리고 북두칠성, 북극성 정도였지만, 밀짚 방석에 누워 별들을 쳐다보면 저절로 선과 선이 이어져 삼각 지붕이 되기도 하고 매미채가 되기도 하며 십자가가 되기도 하였다. 어쩌면 별자리를 몰라 상상의 나래를 더 펼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정작 큰곰, 작은곰 등 별자리를 알고나 뒤엔 이런 꿈에 젖어 볼 수 없었다. ▲목동들과 동방박사들이 별을 보고 알게 된 예수탄생이나 삼국지에 사마의가 별로 사람의 운명을 예측하는 등 별과 인간 관계는 그 이전부터 깊다. 서양이 동물이나 신의 이름으로 별자리를 만든 것에 비하여 동양의 중국식은 동서남북을 창룡, 현무, 백호, 주작으로 그리고 중앙을 황룡으로 하여, 중앙을 3원(垣)과 사방을 28수로 나눠 궁궐, 관리, 창고, 군대, 나루터, 시장 등으로 별자리를 삼아 인간세상을 하늘에 옮겨 놓았다. 우리도 고조선시대부터 천문을 관측했고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견우 직녀성과 북두칠성 등이 그려져 있다. 그 분만 아니라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중국에 없는 별자리가 새겨져 있어 고도의 독자적 천문학의 발달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별자리는 조선시대 한양의 궁궐건축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음이 증명되고 있다. 즉 경복궁과 천시원, 창경궁과 자미원 그리고 종묘와 태미원의 위치나 형태가 하늘의 삼원과 비슷하다. 또한 경복궁 터가 앞이 좁고 뒤가 넓음이나 은하수와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냇물, 교태전 뒤쪽 화려한 문양의 굴뚝이 늘어선 모양은 환자별자리 모양이 유사하고 창덕궁의 구선원전, 인정전, 선정전, 희정당, 대조전이 북극오성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점이다. ▲생각은 계속하되 뇌의 이완을 위한 휴식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창출된다고 한다. 그래서 휴식은 특히 예술가에게 필요하다는데, 아직도 휴가를 못 떠났다면 하루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알퐁스 도데의 ‘별’ 이야기를 자녀에게 들려주며 별바라기를 하는 것도 좋을듯 싶다. “북두(北斗)로 은하수를 퍼서 한밤의 차를 달이니 / 다연(茶煙)은 달 속 계수나무를 싸늘히 감싼다” 진각국사(眞覺國師)처럼 별밤을 즐기면서 차 한 잔을 음미함도 좋을 것이고, “북두칠성으로 은하수를 떠마시겠다”는 송강(松江)선생의 호연지기를 배양함도 좋지 않은가. 게다가 고민하던 작품의 아이디어까지 얻으면 금상첨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