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목적의식은 경영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경영자라면 모름지기 목적의식 같은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이슈 보다는 생산성 향상, 매출 목표 달성, 경쟁자 제압 등과 같은 현실적이며 형이하학적 과업을 잘 수행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유통업체 베스트바이 회장을 지내고 현재 하버드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위베르 졸리는 목적의식이야말로 경영의 요체라고 강조한다. 아마존의 급성장으로 수많은 유통 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져갔지만, 베스트바이는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이런 성과 창출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 위베르 졸리이기 때문에 그의 말에 더욱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그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기고문을 통해 베스트바이가 전자제품을 팔아 돈을 버는 것 이상의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진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기술을 통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그것이다. 그는 이어 이런 목적의식이 구체적으로 경영 성과에 기여한 사례를 설명했다. 조던이란 꼬마 아이는 크리스마스 때 부모로부터 티렉스 공룡을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났다. 조던은 부모와 함께 티렉스 공룡을 들고 베스트바이 매장에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은 단순히 신제품으로 교환해주면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베스트바이 직원들은 달랐다. 직원들은 의사 행세를 하며 망가진 티렉스를 수술하겠다고 말한 뒤 카운터 뒤로 가져갔다. 그리고 수술실 의사들이 사용할법한 말을 하면서 슬쩍 새 공룡으로 교체한 뒤 밖으로 나가 조던에게 티렉스를 건넸다. 직원들의 임기응변 능력은 티렉스에 애착을 갖고 있던 조던에게 큰 행복을 안겨줬다. 조던의 부모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아마존이 유발한 유통 혁명 속에서도 베스트바이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는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진 직원들의 노력이 자리잡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가전제품을 연결해 노인 복지 수준을 높이는 서비스를 실행했고, 재해를 당한 해외 지점 직원들에게 항공 수송을 통해 아낌없이 재건을 지원하는 등 베스트바이는 목적의식에 부합하는 많은 일화를 자랑하고 있다.

위베르 졸리의 글을 읽으면서 얼마 전 만난 기업 오너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회사의 핵심 경영 전략이 “인간 존중”이라고 말했다. 경영과 인간 존중은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인간 존중에 대한 이슈는 인문학이나 철학, 윤리학 등에서 다뤄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경영 전략 분야에서 인간 존중이 언급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종업원과 고객, 지역사회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 모두를 존중한다는 철학은 위베르 졸리의 주장과 연결시켜보면 충분히 훌륭한 경영 전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경영도 결국 사람이 하는 활동이고 사람에 대한 존중과 기여는 이윤 창출을 견인하는 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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