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안정성 및 오류에 대한 객관적 검증절차 없이 시판, 사용자가 책임 떠안아

8월 중 새롭게 판매를 개시한 저층 건축물 전용 구조설계 소프트웨어(이하 구조 소프트웨어)가 건축사들을 고민 속에 빠뜨리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성능보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약판매와 출시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010년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지적(소형건축물 내진설계 및 확인 부적정) 이후 건축계의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공개 출시된 이 구조소프트웨어는 “누구나 쉽게(Easy), 보다 빠르게(Fast), 신뢰할 수 있는(Reliable) 내진설계!”를 주요 컨셉으로 소개하고 있다. 건축사들에게 익숙한 CAD와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20년의 경험으로 축적된 기업의 노하우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 쉽고 빠르게 저층 건축물의 구조설계를 완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로 데이터베이스 부분과 연산 부분이다. 윈도우 기반의 직관적인 모델링 기능을 제공, DWG파일(CAD파일)을 불러들여 간단한 설정작업을 수행하면 수평부재(슬래브, 보)와 지점조건이 자동으로 생성되고 ‘건축개요’ 입력만으로 활하중(건축물 용도별), 건축구조기준에 의한 풍하중, 지진하중 등이 자동 생성된다. 그리고 ‘해석수행’ 버튼 클릭만으로 구조해석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구조기술자가 아닌 상황에서 수행된 결과물의 교정(revision)도 쉽지 않다. 이와 같이 구조계산을 위한 입력데이터가 최소화되고 소프트웨어의 데이터베이스에 의해 자동 연산을 수행하다보니 쉽고 빠르게 구조해석 결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구조해석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데이터베이스이고 데이터베이스와 연산과정의 신뢰도가 구조해석 결과물의 신뢰도인 셈이다. 그러나 그 결과물의 책임은 소프트웨어가 지지 않는다. 고스라니 사용자에게 전가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소프트웨어의 신뢰성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구조소프트웨어는 국내 건설분야 구조 소프트웨어 점유율 1위인 ‘MIDAS IT’(이하 마이더스)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다. 관련 분야의 명망 있는 기업에서 개발한 제품이라고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사용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일이기 때문이다. 마이더스에서 이전에 개발, 국내 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의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들의 경우 (사)한국전산구조공학회나 (사)한국터널공학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검증확인서가 마이더스 홈페이지에 소개되고 있다. 더불어 대만 토목기사공회 전국연합회와 중국 건설부의 검증확인서도 게재되어 있다. 이는 기업의 홍보수단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누구나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라는 본질이 외부기관의 공신력과 더불어 사용자에겐 신뢰와 확신을 준다. 이번에 출시된 구조 소프트웨어의 경우 검증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어떠한 소프트웨어도 사용결과에 대해 개런티(guarantee)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설명과 시기적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수요가 보장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세상에 내놓았으니 검증이니 책임이니 논할 필요 없이 시장에 내놓은 조건에 구매할 사람은 하라는 것이 마이더스 측의 입장이다. 결국 위험을 감수하고 구조계산을 쉽고 빠르게 처리할지 말지는 건축사 개개인의 판단에 맡긴다는 논리다. 건축사들에게 이 소프트웨어의 제공이 약(藥)이 될지, 독(毒)이 될지 모르는 형국이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지난 4월 협회 내 시연회 이후 공식적인 출시 이전에 해당 구조 소프트웨어의 안정성과 오류 등에 대한 공인기관의 검증을 통해 신뢰성 확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 같은 의견을 개발업체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시연회에 참석했던 국토해양부 관계자들 역시 해당 구조 소프트웨어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의 한 회원은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구조적인 실수 한방이면 자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건축사 자신이 잘 알 것”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구조 소프트웨어 사용에 따른 책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