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잠겼다.
중서부 지역을 휩쓴 26일, 27일 이틀간의 500㎜에 가까운 집중호우로 수십 명이 숨졌고, 이번에도 수도 서울의 기능은 역시 마비됐다. 특히 서울에선 전례가 드문 대형 산사태가 발생해 여럿 사망하고, 백여 가구가 토사에 휩쓸렸다. 광화문~세종로 일대는 침수됐고, 강남역과 홍대입구역 인근도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물 폭탄 세례로 하늘이 원망스럽긴 하지만 하늘만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평균 시간당 강우량은 60㎜ 정도로, 5년 빈도다. 폭우이긴 하지만, 도심이 엉망진창이 될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광화문 물난리 이후 내놨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저류시설, 하수관 확충 등의 대책은 어찌 되었나? 연례행사처럼 지나면 나 몰라라 하는 행정이 문제다. 디자인사업 명목으로 광화문광장 등 주요 시설 겉치장에 수백억 원을 퍼부었고 감사원마저 재고를 요구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수천억 예산을 조성, 집중적으로 쏟아 붓다가 광화문과 강남은 그야말로 시장의 공언대로 이태리 베네치아처럼 버스가 아닌 수상선이 운행하게 생겼다.
서울시는 '100년 빈도' 운운하며 인재(人災)가 아닌 천재(天災)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관악구에 내린 강우량은 그 빈도가 맞지만 정작 수해를 입은 곳은 다른 곳이다. 기후 변화로 폭우가 잦아지는 만큼 하수관거 정비 등의 대비를 철저히 했어야 했다. 서울시가 빗물을 땅속으로 흡수할 수 있는 투수층 도로․인도를 조성하는 근본 대책은 미룬 채 디자인거리 등의 명목으로 대리석․콘크리트로 도심을 덮은 게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고 지난해 대한하천학회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서울시가 도시의 겉모습만 신경 쓰는 정책 위조로 가다 보니 아주 기본적인 수해 방지 대책은 실종됐고 예산도 줄어들고 있다."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았다.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계곡마다 파헤치고 나무를 뽑는 바람에 산사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주민들의 원망의 목소리 또한 드세다.
진정한 명품 도시는 도시의 안전과 안정적인 도시의 인프라 구축 등의 기본적 도시기능이 선행되어야 한다. 겉치장 보다는 기본적인 기능의 완벽한 발휘가 전제될 때 디자인 수도로서의 서울의 기초가 다져지는 것이다.
국가에서 인정한 전문가를 왜곡하는 등 기초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서울시정이 기초적인 '도시 인프라 부실'이라는 암초에 부딪쳐 좌초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