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4년 동안 86%나 폭등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시장심리의 불안으로 가격에 상관없이 사재기를 하려는 ‘패닉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일고 있다. 한마디로 집값이 미쳤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힘으로는 격차를 줄일 수 없거나 뛰어넘을 수 없다는 신조어 ‘넘사벽’을 아파트에서 경험하고 있다. 요즈음 같은 때, 부동산 정책 문제를 화두로 삼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영국의 부동산 정책을 참고로 우리의 주택 문제도 잘 풀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올린다.
영국은 2009년, 그러니까 12년 전에 구조용 직교집성판(CLT)을 이용하여 주거용 지상 9층, 건축 높이 29미터의 고층 목조건축 스타튜하우스(stadthaus)를 축조한 바 있는 목조건축 선진국이다. 최근에는 Google London 사옥으로 11층 건물, 연 면적 약 10만 제곱미터의 CLT 하이브리드 건축물을 시공 중에 있다. 또한 목조건물로는 세계 최고 높이인 80층, 높이 약 300미터인 Oakwood Timber Tower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 건축주는 미정이지만, 완공이 되면 런던의 상징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영국은 목재 자원이 아주 가난한 나라다. 전 국토의 12%가 산림으로 목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목조건축 시장 동향을 검색하면서 산림자원도 빈약한 영국에서 목조건축 붐이 일어나는 기현상이 궁금하여 그 정책의 배경을 조사하게 되었다.
영국의 건축 양식은 조적조가 대부분이고 주택 용도로 목조는 매우 드물다. 다만 런던을 비롯한 도시지역에서는 집값이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과 심각한 주택 부족을 겪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과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도 목조주택 지원 정책을 펴는 것이 우리에게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영국이 고밀도의 도시를 중심으로 목조건축 공급 정책을 지원하는 배경에는 고도의 주택공급 정책과 환경 정책이 뒷받침되고 있어서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폭등하는 주택시장의 급등과 심각한 주택부족 문제의 공급수요를 조정하는데 목조가 신속하고 저렴하며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에도 부합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건축물의 성능 평가를 엄격하게 다루면서 목조가 성능기준을 만족하기 유리했던 점도 주효했다.
주택은 라이프 스타일이나 가치관에 따라 건축 재료의 선택도 달라지기 때문에 성능 기준을 강화하여 목조가 아니면 기준을 만족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니까 두 번째 요인이 되는 제로에미션(Zoro-emission, 무배출시스템)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데 목조가 고단열화·省에너지 수단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최대한 이용했다. 탄소중립으로 생물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고, 제로에미션을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과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자는 The Woodland Carbon Code의 정부 환경정책과 일치시켰다.
이는 이산화탄소의 삭감을 다방면으로 추진하면서, 강력하고 매력적인 탄소중립 시장을 구축하자는 UK Clean Growth Strategy의 환경 정책과도 일맥 상통한다. 이러한 정책을 배경으로 저비용으로 고단열 시공이 가능한 OSB(배향성 스트랜드보드)에 단열재를 채운 패널을 개발하여 보급했다. 조적조 건물은 이 패널공법이 에너지 성능 면에서 내단열 성능이 높기 때문에 목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든 주택 매매 또는 임대계약을 체결할 때 주택의 에너지 절약과 고단열화에 대한 EPC(에너지소비량·광열비, A∼G등급 부여) 취득을 의무화시키면서 기준을 강화했다.
세 번째 목조는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 재정이나 투자안정에 유리하다는 건축계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통계에 의하면 영국에서 건설사업 중 52퍼센트가 공사 기간 내에 완공되지 못하고, 70%가 공사 지연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투자가가 떠안아야 할 잠재적 위험성이 크다. 기존의 건축공사는 공사기간을 제때 맞추지 못해 건축주나 투자자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그런데 목조로 지으면 공기를 단축할 수 있으므로 재정적 부담이 줄어든다. 건물 규모가 커질수록 공사기간은 단축되므로 투자자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자 회수에도 목조가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이해시켰다.
이러한 노력으로 건축업계의 어려움이 보완되었고 안정적인 투자처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빈곤층이나 저소득층에게 주택을 단계적으로 공급 지원하면서 사회적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2016년부터 2026년까지 26조 5천억 원(167억 파운드)을 들여 13만 5천 호를 보급한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의 패닉바잉이 연립이나 다세대, 전원 단독주택 등 중·저층의 非 아파트로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는 코로나 쇼크 이후 부동산 선호도가 변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더 넓은 집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에서 주택용 부동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또 노르웨이는 재택근무자들이 좀 더 값싸고 넓은 공간의 전원도시로 이동하면서 수도 오슬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한다. 우리도 최근 도시 건축에서 목조·목재 이용이 건축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좀 더 전략적으로 목조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부동산 업계에 목조의 가치에 대한 이해를 촉진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나 연기금 등에서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국내의 ESG펀드 규모는 2021년 3월 말 기준으로 1조 6916억 원이며, 투자 트렌드를 따라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ESG 투자는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그 흐름이 산림과 도시를 이어주는 목조·목재 이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건축업계뿐 아니라 사업자가 될 수 있는 부동산업계가 산림의 가치나 환경자원을 지키고 보존한다는 관점에서 이제부터는 목재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자연스럽게 ‘숲과 도시의 서플라이 체인(supply-chain)’의 재구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