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봄

- 김소월


  봄에 부는 바람, 바람 부는 봄,
  작은 가지 흔들리는 부는 봄바람,
  내 가슴 흔들리는 바람, 부는 봄,
  봄이라 바람이라 이 내 몸에는
  꽃이라 술잔이라 하며 우노라.



- ‘한국현대시문학대계 6 김소월’ / 1986년

바람이고 봄이고, 봄바람이고, 다시 봄과 바람은 몸과 울음을 통해 꽃과 술잔과 이어진다. 그 이어짐에는 ‘불다’라는 동사가 있고, ‘흔들리다’가 있고 울음이 있다. 얼핏 단순해 보이는 이 연결들이 서로 이어져 망(網)을 만들면서 아주 복잡한 심사를 만들어 낸다. 분명 아주 흔한 소재와 단어들인데 어떻게 이런 복잡한 심사를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김소월이다. 김소월의 시가 아니라 김소월이라는 시인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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