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교수
이동흡 교수

최근 산림청은 탄소중립을 위해 산림으로부터 탄소흡수 기능을 진작시킬 경제림 조성 정책을 발표했다. 과거 국토녹화를 위해 심었던 탄소흡수 기능이 약화된 산림을 벌채하고 효용성이 높은 수종으로 갱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환경단체와 생태학 관련 학자들은 나무는 나이가 들어도 탄소흡수 능력이 감소되지 않기 때문에 벌채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나무를 길러 목재로 활용하는 것은 
삼림을 지키고 환경을 좋게 만드는 것


목재는 ‘심고→가꾸고→베는’ 사이클로 생산된다. 이 순환이 잘 되어야 숲도 건전하고 목재도 반영구적으로 재생산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 방지, 수원함양, 토사 재해방지 등의 다양한 공익적·환경적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나무를 길러 목재로 활용하는 것은 환경 파괴가 아니라 산림을 지키고 환경을 좋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생산되는 목재는 판상 제품의 원료나 가축 축사깔개 등 저가 용도로 활용되면서 산주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벌채 이익이 없다. 바람직한 미래상은 생산되는 목재의 생김새에 따라 그 용도를 분리하여 적재적소에 목재의 가치를 발휘하며 사용하는 일이다. 그러면서 건축재의 생산 비율을 높여 경제성을 높이고 건축물에 오랫동안 탄소를 저장해야 한다. 현재의 임업경영으로는 설령 우리의 숲에서 건축 목재가 생산된다 해도 수입재보다 경쟁력이 없어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 목재 자급률 17% 중 건축재로 사용되는 것이 전무한 상태에서 건축재 생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이대로 방치하면 시간이 지나도 건축재로 자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시쳇말로 전혀 싹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베어내고 새로 심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산림의 67%를 차지하는 200만의 사유림 산주들의 결정에 달려있다. 그러나 산주들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인 양 묵묵부답이다. 이제 산주들이 앞장을 서서 판을 새로 갈아엎고 고품질 고부가가치 임업경영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

최근 국제 목재 가격이 건축재를 중심으로 천둥부지로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목조주택 시장이 호황을 맞기 때문이라 한다. 국내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건축재의 가격 상승은 목조주택산업 전체를 속박하고 있다. 과거 일본도 우리와 같은 상황을 경험했고 이를 슬기롭게 전화위복 한 사례가 있다. 일본은 1945년에서 1950년 사이 전쟁 복구에 목재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발맞춰 확대조림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1970년대 미국에서 표준화된 플랫폼 프레임(투바이포) 공법이 일본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삼나무와 편백 위주로 목재가 생산되었지만 건축재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다. 여기에 제재수율도 낮아 수입 목재와 가격경쟁력에서 이길 수 없었다.

건축시장을 고스란히 북미시장에 내주어야 했으므로 애써 가꾼 보람이 사라질 위기를 맞으면서 일본 임업의 존폐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건축재 감으로 자랄 때까지 토목재로 사용을 유도했다. 토목재로는 고급재가 아니어도 된다. 또한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치산·치수 용도의 사방댐, 임도의 성토면과 절토면의 흙막이, 비탈면 보호, 도시 경관용도의 목재옹벽, 조경시설재, 보도블럭, 생태하천의 하상방틀, 호안방틀 등에 대량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가급적 벌채 시기를 늦추면서 건축재로 생산 활용이 가능하도록 원목의 부피 생장에 치중했다. 국산 목재 위주의 안정적 건축시장 개척을 위해 원목 크기와 형상에 맞춰 일본 재래공법에 사용할 기둥과 보를 생산했다. 일본 재래공법에서는 두께와 폭의 크기가 같은 정각재를 사용한다. 굵고 큰 지름의 원목은 규격화된 투바이포 부재를 생산하면 수율이 높지만, 중·소경 원목의 제재수율은 정각재로 생산할 때가 높다. 정각재는 고유의 재래공법에서 사용했던 방법이다. 품질만 안정적이면 건축재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우선 정각재를 뒤틀리고 갈라지지 않게 한가운데에 있는 수를 향해서 크랙 방지선(배할)을 넣어 건조 결함을 제거했다. 그리고 철저한 건조가공으로 건축재로 하자 발생을 최소화시켰다. 그리고 지역마다 모듈이 다르고 공법이 복잡해서 숙련자가 필요했던 재래공법의 모듈을 통일시켰다. 공법을 표준화하고 부재를 공장에서 생산하면서 간단하게 현장에서 조립을 하는 프리패브 방식을 도입했다. 부재의 가공 생산 공정을 CAD/CAM으로 프리커트 가공을 하면서 철저한 품질관리와 공장 생산으로 수입 목재와 차별화 전략을 취했다. 경골목구조와 차별이 없도록 품질 성능기술도 보완했다. 플랫폼 프레임 공법의 우수한 기능을 재래공법으로 재무장했다. 결과적으로 프리패브 주택의 등장이 일본 주택 산업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일본 고유의 건축기술로 임업을 살리는 보호 장벽을 만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경골목구조에서는 벽체나 바닥재에 규격화되어 있는 구조용 오에스비(배향성 스트랜드보드)를 삼나무 구조용 합판으로 대체했다. 국산재로 만든 구조용 합판으로 지진에 잘 견디는 내력벽 재료로 설계하여 벽 배율을 향상시키는 기술혁신을 했다. 국내 생산 중·소경 원목을 합판의 원료가 되도록 베니어를 깎는 로타리레이서 장치를 심이 3cm까지 깎을 수 있도록 개발했다. 그 결과 오에스비 수입이 줄어들면서 국산재 합판시장이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 현재 일본의 제재용재의 수요는 26만㎥으로 목재 수요량의 37%를 차지한다. 생산되는 제재용재의 약 8할이 건축용이다.

구조용 집성재, 구조용 직교집성판과 
같은 공학목재 만드는 기술 
‘KS로 산업 규격화’


원목 길이 3미터로 4미터의 보를 만들 수 없다. 그러나 공학 목재라면 가능하다. 건축에서 12미터 길이의 보가 필요하면 적층 접착 기술로 치수도 강도도 만족하는 보를 만들 수 있다. 또 3미터 폭의 바닥과 벽체가 필요하면 직교집성판(CLT)으로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철이나 콘크리트와 마찬가지로 정확한 강도계산까지도 할 수 있다. 이 공학 목재를 만드는 재료는 판재나 단판이다. 굵고 곧아야 하는 대경 원목이 아닌 국산 목재로도 건축재를 만들 수 있다. 작은 각재 조각인 라미나를 이어서 여러 장 겹쳐 만드는 구조용 집성재, 여러 장의 라미나를 교차시키면서 구조용 직교집성판과 같은 공학목재(엔지니어우드)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KS로 산업 규격화되어 있다. 또한 생산시설도 국내 목재산업계가 갖추고 있다. 국산 목재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할 굿판은 마련되어 있다. 굿판을 운영하는 것은 건축사의 능력이다.

1) https://www.rinya.maff.go.jp/j/kikaku/hakusyo/25hakusyo/pdf/zen1-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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