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르 꼬르뷔제의 문하생이었던 앙드레 보겐스키가 손을 통해 르 꼬르뷔제의 창작 과정과 자신의 생을 함께 돌아본 글이다. 2004년 고인이 된 프랑스 건축가 앙드레 보겐스키는 스무살이던 1936년에 무작정 파리 세브르가의 르 꼬르뷔제 스튜디오를 찾아가 한 시간 반 동안 대화를 나눈 다음 그날로 그와 함께 일하게 되어 위니테 다비타시옹을 비롯, 르 꼬르뷔제의 주요 작품에 참여했다. 그리고 독립 후에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보겐스키는 20년간 함께 일하고 30년간 우정을 나누면서도 르 꼬르뷔제의 속마음을 알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손만큼은 르 꼬르뷔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르 꼬르뷔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 책을 집필했다.

손은 신체 가운데 인간의 존재성의 의미와 가장 밀접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그를 통해 일하고 수확하며 살아갈 수 있고 글을 쓰거나 예술 창작을 하기도 한다. 또한 손은 악수나 포옹 등으로 우정과 사랑을 표현하는 동작이기도 하고 성자의 깨우침을 일깨우게 하는 몸짓이기도 하다. 또한 일하며 갈라진 손이나 흙물이 베인 도공의 손을 통해 인고하는 삶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르 꼬르뷔제는 특히 손에 관한 의식이 강했다. 그는 눈으로 보며 교감한 것들을 스케치하고 건축에 대해 구상한 것을 도면으로 그리고 저술하는 등 손을 통해 많은 것을 만들어 내고 많은 것을 이루었다. 그는 그리는 행위가 그 자신을 나타내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흰 도화지에 무엇인가 그려 놓으면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얼굴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인간이 본다는 것과 보여지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것을 사람들이 보고 느끼게 될 결과에 대해 의식하면서 자신의 손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을 자각했다.

필자는 1992년 인도의 찬디가르를 방문하여 그 곳에 거대하게 만들어놓은 펼친 손을 보았다. 그 손과 거기에 지어진 건축 그리고 대지가 하나로 통합되어 느껴졌다. 르 꼬르뷔제는 “이 손은 창출된 부를 받기 위해 펼쳐져 있고, 그것을 자국민 및 다른 국민에게 분배하기 위해 펼쳐져 있다” 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그것이 그 작업을 한 자신의 손을 새겨 놓고자 한 것 같았다.

“그의 손은 늘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저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쓴 이 책은 그의 스튜디오 안에서 이루어진 생활과 창작 과정을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이 시대는 대부분 컴퓨터로 도면을 그리면서 건축가의 생각을 펼쳐가는 손의 느낌과 그림으로서의 도면을 점차 만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영혼이 불어 넣어지고 옮겨가던 과정에서의 정신적 힘도 점차 빠져나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은 손을 통해 형성되어가는 작업의 진실함과 작가의 내면까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저자: 앙드레 보겐스키
옮김: 이상림
출판사: 공간사
면수: 123p
가격: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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