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주류 경제학에서는 아인슈타인급 이성을 가진 사람을 경제 활동의 주체로 가정했다. 논리와 이성으로 무장한 슈퍼 컴퓨터급 인재들이 시장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가정 하에서 경제학 이론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대 심리학, 뇌과학, 행동경제학의 일관된 결론은 사람이 그다지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더 중대한 발견은 의사결정과 관련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성적 의사결정을 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의식과 감정이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종양으로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절제한 환자는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완벽하게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 환자의 삶을 추적한 결과, 사소한 의사결정도 하지 못했고 불행한 삶을 살았다. 이성은 무의식으로 유발된 감정 시스템이 내린 의사결정에 대해 사후적으로 논리적 근거를 제시했을 뿐이다.
무의식과 감정의 영향이 큰 것은 진화 과정과 관련이 있다. 상존하는 자연의 위협에서 생존하기 위해 인간은 맹수와 유사한 물체가 보이면 즉각 공포 반응을 일으켜 달아나는 식의 무의식적 반응 체계를 발달시켜왔다. 맹수인지 아닌지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거나 도망가는 데 따른 손실과 이익을 계산하다가는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정보의 대부분도 무의식이 처리한다. 사람은 초당 1100만 바이트의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의식은 이의 0.000004%만을 처리한다고 한다. 무의식은 구매 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개 사진을 본 사람들은 동물과 관계없는 사진을 본 사람들에 비해 푸마(PUMA) 브랜드를 30% 더 빨리 알아봤다. 개 사진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유사한 애완동물인 고양이가 떠오르고 고양잇과에 속한 퓨마로 이어져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미국 패스파인더호가 화성에 착륙하자 초콜릿 브랜드 ‘마스(Mars)’제품의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보고도 무의식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의식과 감정의 영역은 거대한 탐구의 시작점에 서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개척해야 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단, 본능적 감각을 지닌 사업가들은 이를 잘 활용한다. 자영업계에서 빌딩 몇 채를 샀을 정도로 성공한 현장 전문가는 시원찮은 판매량을 기록한 트럭 행상에게 “웃어라”고 조언해줬다. 장사가 안 되고 삶이 고달프니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던 트럭 행상에게 다가가던 고객이 무의식속에 부정적 정서를 갖게 되면서 판매가 잘 안됐다는 그의 통찰은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이 조언은 큰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무의식과 감정의 위력을 각 비즈니스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