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윤후


춥다는 건 곤경을 그리는데 좋은 도구라서

많은 여름이 겨울처럼 그려졌고

우린 그곳에 우두커니 서 있었지

한여름의 지나치기 쉬운 묘사로

종종 생략되는 줄도 모르던 우리는



 

- 서윤후 시집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문학동네 / 2021년

시는 종종 당연한 것에 딴지를 건다. 과학은 신념을 가지지 않는다. 관측된 것들을 가지고 모델과의 정합성을 따질 뿐이다. 시는 대상과 나의 관계에서 시작한다. 시에서 틀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냐, 아니냐, 가 중요할 뿐이다. 시가 아니라면 다 틀린 것이다. 그렇다고 시라고 다 옳은 것도 아니다. 옳은 것은 없다. 그래서 시는 몰라도 된다. 알지 못하는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언어. 시인은 그 숲에 매혹당한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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