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사회적 약속이다.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말을 사용하고 그 말은 글로 표현된다. 길게 설명되는 말은 압축하여 약속한 단어(용어)를 사용한다. 또한 용어의 정의는 문화적 배경을 지닌 여론과 시대적 상황에 의해 추가될 수도 있고 새로운 용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서울시는 유네스코 지정 '디자인 창의도시'에 걸 맞는 '건축가'의 재탄생을 꿈꾸며 기존의 단어에 새로운 어의(語義)를 추가하고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에 불편하게 앉아 계신 세종대왕의 자리를 꿈꾸나 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형 공공건축가'제도에 대해 건축계의 지적과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도 많다. 서울시의 보도 자료와 모집공고에 나타나는 '공공건축가'제도는 '공공건축 관련 전문가 풀(Pool)'이다. 주택본부장이 별도로 밝힌 바와 같이 우수․신진 건축설계인력을 어떻게 육성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서울시의 선발기준을 보면 100명의 건축 관계 전문가들은 이미 검증된 사람들이다. 이렇게 제한된 인원 속에 어떻게 신진 인력이 선발되고 육성될 수 있는가? '공공(公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담보되어야 하는 것이 '공정성'이고 사사로운 판단과 사익(私益)이 철저하게 배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긴급을 요하는 현안사업에 대해 설계권을 부여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공공(公共)'으로 규정할 수 없지 않은가? 지난 2008년 5월부터 시행된 특별경관설계자 제도를 확대개편하면서 소수의 독과점 및 특혜시비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제안한 사항이 100명으로 늘리기다. 18명이면 소수이고 100명이면 다수인가? 서울에서 활동하는 건축사만 해도 4,300 여명이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격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응모자격은 모집주체의 고유권한이다. 그렇다고 응모 자격에 모호한 용어를 남발하면 응모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 '우수하다고 인정된 자', '실무경험이 풍부한 자' 등의 모호한 용어들로 인해 명쾌한 기준 없는 '밀실선정'이라는 의혹의 제기가 쉽게 예상된다.

제도의 도입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해당 제도의 정착은 요원하다는 것을 서울시는 명심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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