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풍경과 텅 빈 역사(驛舍)의 간이역은 여행자에게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 화본역(花本驛)은 경상북도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위치한 중앙선의 역이다. 1930년대 일본식 건축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화본역은 전국 네티즌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이다. 현재 전국에 남아 있는 간이역은 800여 개 정도이다. 마을의 희로애락을 담은 여러 곳의 역이 폐쇄되거나 철거되어 사라져 가고 있다.
화본역은 1936년 역사가 준공된 이후 1938년부터 기차가 다니기 시작했고, 지금도 하루에 여섯 번 무궁화호 열차가 멈춘다. 청량리, 강릉 방면의 상행이 3번, 동대구·부산 방면의 하행이 3번이다.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는 여객열차나 화물열차는 40여 회 정도 된다. 2021년 1월 5일에 청량리∼부전 무궁화호가 추가 정차하면서 서울에서 오가기 편리해졌다. 천 원짜리 승차권을 파는데, 철길로 나가는 입장권이다. 군위군에서 유일하게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다. 이 역은 2선 1면의 섬식 승강장으로 되어 있으며 교행 등의 일이 없으면 2번 승강장에만 열차를 정차시킨다. 그래서인지 승강장 안내 표시도 2번만 되어있다.
2011년에 ‘화본역 그린스테이션 사업’으로 재단장을 하면서 여러 의견이 나왔으나 처음 건축됐던 일제 강점기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오래된 역의 낡은 느낌은 벗고, 철길과 급수탑, 오랜 나무들이 만드는 멋진 풍경에 따뜻한 색감으로 외관을 새로 도장했다. 이전에도 아름다운 역으로 손꼽히던 화본역은 영화 촬영 뒤 다시 주목을 받아 여행객들이나 사진동호인들 사이에서 사진을 촬영하기 좋은 장소로 유명하다. 역 풍경을 보고 영화 촬영지에 가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영화 외에도 드라마나 예능 촬영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화본역 앞에 서면 작고 소박한 간이역의 운치가 그대로 전해진다. 화본역 내부에 들어서면 작은 공간이 정겹게 느껴지고 벽면에는 오래된 화본역의 역사를 기록한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역 광장에 들어서면 시인 박해수가 쓴 ‘화본역’이 적힌 시비가 있다. 역 구내에 급수탑이 남아 있으며, 한국철도공사 선정 준철도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25미터 높이의 우뚝 선 급수탑은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했었다. 증기기관차는 1899년부터 1967년까지 전국에 걸쳐 운행되었다.
급수탑 내부에는 탑 상층 물탱크에 끌어올리는 용도와 저장한 물을 증기기관차에 공급하는 용도로 쓰이던 두 개의 파이프관이 있다. 1950년대에 디젤기관차가 등장하자 증기기관차의 흔적인 이 급수탑은 거의 사용할 일이 없었다. 급수탑 내부를 보면 벽면에 그때 당시 인부들이 ‘석탄정돈 석탄절약’이라고 써놓은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전국적으로 수십여 개에 달하던 급수탑이 이제는 화본역을 포함해 몇 개 남지 않았다고 한다.
화본역 옆에는 실제 운행되던 새마을호 열차를 개조해 만든 레일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실제 동차가 아닌 새마을호 카페객차에 모형 전두부를 붙인 것이다. 2022년 6월에 중앙선 복선 전철화 구간이 완공과 동시에 화본역과 우보역은 폐역 후 가칭 군위역(군위군 의흥면)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의홍면은 의홍군이었으나 일제가 군위군과 통합시켜 현재의 군위군이 되었다.
화본역은 화본마을의 중심에 있다. 역전 도로를 건너 좌측으로 5분 정도 걸으면 산성중학교가 있다. 1950년 개교해 2009년까지 졸업생을 배출한 산성중학교는 이제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라는 테마를 가진 추억박물관이 되었다. 초등학생 체격에 맞는 작은 나무 책상과 의자, 오래된 풍금, 난로 위 도시락, 초칠을 해서 닦던 교실 바닥이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현금 대신 엽전을 사용하여 추억 여행하기에 제격이다. 입장료는 이천 원이고 학교 운동장과 뒤뜰에 여러 먹거리, 놀거리 체험이 있다. 가족과 함께 방문한다면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화본마을 구석구석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어 마을을 걷다 보면 마치 동화의 한 장면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군위 화본역은 시간 여행으로 최고의 장소이다.
화본역 주소=경북 군위군 산성면 산성가음로 711-9
[출처 : 나무위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