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를 포함한 소위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국민연금을 허위로 납부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상은 의원(한나라당)의 보도 자료가 건축사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지난 6월 22일 박 의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지난 해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인 전문직 종사자는 총7천7553명이며 월 소득 111만 원 이하로 신고한 전문직 직종에 건축사 936명, 수의사 355명, 약사 452명, 세무사 123명 등이 포함됐다고 발표하고 이들이 소득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러한 의원 발표는 건축사 입장에서 보면 실제 시장 상황을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못한 성급한 발표다.
대한건축사협회 자료에 의하면 2009년 기준으로 전국 등록 건축사사무소 9,787개 중 25%에 달하는 2,432개의 사무소가 단 1건의 설계수주를 못했으며, 2,092개의 사무소가 1건, 921개의 사무소가 2건 등 50% 이상의 사무소가 1년에 2건 이하의 실적으로 버티고 있다. 또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평균 무실적 사무소가 12%에 달하고 1~3건의 실적을 올린 사무소가 50%를 차지, 사실상 62%의 사무소가 설계 수주로는 사무소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확인됐다. 또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신축허가면적을 기준으로 수주 면적 순위 점유율을 살펴보면 0.5%에 해당하는 1위~50위 사무소가 전체 수주면적의 27.6%를, 4.8%에 해당하는 51위~500위 사무소가 35.8%를, 26.2%에 해당하는 501위~3,000위 사무소가 29.4%를 차지, 상위 약 30% 정도의 사무소가 신축면적의 93.8%에 해당하는 설계를 수행하고 있어 나머지 70%에 달하는 중하위(3,001위~9,500위) 사무소들과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서울시의 경우는 더 심하다. 2010년 연면적 2,000제곱미터 이하의 소규모건축물 수주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지역 사무소 수의 70.4%인 1,673개의 수임건수가 '제로'다. 13.1%인 316개 사무소의 수임건수가 1건, 4.0%인 97개 사무소의 수임건수가 2건이고 3년 평균 미수임 사무소가 1,646개로 68%, 3년 평균 5건 이하 수임 사무소가 2,254개로 94%에 달한다. 건축설계만으로는 삶 자체를 위협받는 수준이다.
인정하기도 싫고 꺼내놓기도 창피한 자료지만 과거에 좋은 시절이 있었다는 이유로 고소득전문직이라는 멍에를 이제까지 뒤 집어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건축사들을 괴롭히고 있다.
관계 자료의 조사를 소홀히 한 여의도발(發) 이번 발표도 요즘 유행하는 포퓰리즘에 기댄 것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