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언급되거나 성문화된 적 없지만, 누구나 보편타당한 진리라고 믿는 비공식적인 규칙', '그것이 결여된 상황이 되어야만 그 존재를 의식하게 될 만큼 몹시 평범하지만, 일상의 삶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지능의 정수', 이 모든 것을 우리는 상식(常識:common sense)이라 부른다. 이러한 상식은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반면 몰상식은 사회를 좀 먹고, 탈(脫)상식은 진보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많은 사회적 상식은 과연 옳을까?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네트워크 과학 전문가 던컨 J. 와츠는 저서 '상식의 배반'에서 다양한 사례 검토를 통해 그 동안 당연시 해온 모든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온 많은 상식이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책입안자들의 대부분은 담당업무에 대해 자신이 전문가라고 자부하면서 그저 직관과 상식적 추론에 의존해 대부분의 해결책을 마련한다. 수천 혹은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광범위한 계획의 결정권을 쥐고 합리적인 의심과 비판을 통해 세상이 더 공정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자신의 직관과 상식을 믿어버린다.
서울특별시가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하고 건축가 우대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서는 ‘건축사’의 표기를 ‘건축가’로 억지표현한 부분이 역력하다. 국가에서 인정하고 자격을 부여한 ‘건축사’가 아닌 ‘건축가’라는 용어의 사용이 일반인에게 익숙하고 상식적으로 통용된다고 판단해서 그랬는지, ‘건축가’라는 일반명사를 사용, 건축사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해당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의도인지는 명확하진 않지만 나라의 녹을 먹는 공적 조직에서의 ‘건축가’ 용어의 선택은 납득하기 어렵다.
나라에서는 45여 년 전에 ‘건축사’라는 자격과 제도를 왜 만들었을까? 건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에게 해당 권한을 부여하고 그 사람을 ‘건축사’라 칭하는 사회적 약속을 법률화한 것이다. 이러한 제도에 의해 배출된 건축사를 믿지 못하겠다면 정책입안자 입장에서 제도개선을 통해 믿을만한 건축사가 배출되도록 힘쓰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상위 법령을 준수함이 논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옳다.
만약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건축행위에서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의 권한 행사로 인해 국민들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질 것인지 궁금하다.
변호사로써 국가자격자인 서울특별시장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