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선 건축사
최이선 건축사

2020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공모하는 ‘꿈꾸는 예술터’ 지원사업에 강원도 ‘강릉’이 선정되었다. 진흥원은 올해 중점 사업으로 문화예술교육 거점 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지원사업과 다른 지역 문화예술교육 전용 시설과의 차이점이라면 건축교육 프로그램이 거점 공간 안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공공성이 확보되는 문화예술교육 플랫폼에 건축교육이 포함된 것은 강릉이라는 도시가 가진 문화적 잠재력과 지역이 가진 독특한 문화 공동체가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건축 관련 교육을 건축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에게만 국한해 생각해오다, 우연한 계기로 이번 지원사업 건축교육에 참여하게 됐다. 시작은 10년 전쯤 태백시 철암의 주거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답사하면서 당시 건축사들이 집만을 수리해 준 것이 아니라 쇠퇴한 탄광촌 어린이들에게 건축교육을 시도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교육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시골 아이들에게 큰 경험이 되었다 생각했고, 그리고 그 파장은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어린이 건축학교 프로그램이 2012년부터 정림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K12 건축학교가 협력한 가운데 아르코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었고, K12 건축학교의 홍성천 교장 선생님의 도움으로 참관 수업과 워크숍을 통해서 건축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2015년 지역 건축사들과 함께 건축교육의 불모지였던 강릉에 ‘강릉미술관 어린이 건축학교’를 개설했다. 색다른 프로그램이라 지역 사람들의 많은 참여가 이뤄졌다.

필자는 한국문화유산 센터와 협력해 동해 용산서원 어린이 건축학교도 4년에 걸쳐 진행했다. 조선시대의 사립 교육기관인 서원에서 현대적인 건축교육을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다. 강릉지역 건축사들의 꾸준한 ‘어린이 건축학교’ 프로그램이 마중물이 되어 지역건축사회와 K12 건축학교, 강릉문화재단의 협력으로 어린이 건축학교가 지속 진행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지역 건축문화 발전, 예술교육과 협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지만 올해는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 문화예술 전용공간 플랫폼을 준비해 건축학교가 지향하는 공공성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홍보와 참여 문제 등으로 지역 건축사회에서 건축학교를 단독으로 운영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인 만큼 지역을 연고로 하는 건축문화재단을 없을 경우 문화재단과 협약하여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 프로그램 중 한 부분을 건축교육으로 진행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공공성도 충족하면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강릉지역에서 건축학교가 싹튼 그 바탕에는 지역 건축사들의 참여와 지원, 그리고 강릉문화재단의 적극적인 협력 덕분이다. 다만, 문화예술교육 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온전히 예술인에게만 짐을 지울 것이 아니라 개발 비용을 현실적으로 책정하여 지속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는 것은 남은 과제라 생각한다.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 문화예술교육 전용 시설에서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목적은 창의성과 공동성을 표방하는 K12 건축학교 교육 목적과 일치한다. 앞으로 각 지역별로 축적된 문화적 토양 위에 다양한 예술 교육이 제안될 것이라 기대한다. 나아가 다양성, 창의성과 더불어 협업을 통한 예술 교육이 시도될 것이며, 그 안에 지역의 독특한 문화가 더해져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문화예술교육 공간이 될 것이다. 
대한건축사협회의 설립 목적인 건축문화 발전, 건축에 대한 연구 및 지원과 어울리게 본 협회 차원의 지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 지역 건축사회에서 지역성을 가진 건축교육을 만들어 나간다면 예술과 함께하는 건축 놀이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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