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의 전문성을 무시한 절차를 포함한 설계용역을 공고한 서울특별시강남교육지원청의 담당 직원은 학교시설과 관련한 유사경험이 있는 자한테 자문을 받게 하여 위치선정 등의 지역주민의 민원제기를 최소화하기 위함이고 이에 대한 내용은 내부방침을 통해 시행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 건립 시 지역주민들로부터 어떤 민원이 제기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건축설계를 전문 직업으로 생활하고 있는 일선의 건축사보다 교육 관련 학회의 소속원이 민원의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과 건축법과 건축사법에서 정하고 있는 건축사의 고유 업무를 내부방침으로 단번에 무시해버리는 무모함에서 우리는 일선 교육청의 사회와의 소통부재와 유아독존(唯我獨尊)식 체계를 엿볼 수 있다.
사실 이 같은 교육청 측의 이기적인 설계발주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교육청은 (사)한국교육시설학회와 (사)한국교육환경연구원 등에서 기본계획 및 설계를 수행하고 이에 따르는 실시설계만을 설계용역으로 발주하는 등 실정법에 부합되지 않는 발주행위에 대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다시 이 같은 편법적인 발주행위를 재시도한 것과 제한된 설계용역비 내에서 부당한 조건의 수용까지 강요한 것은 사회 내 일반적인 통제의 틀을 벗어난 조직과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에서 열외라고 생각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교육청 측이 진정으로 합리적이고 우수한 디자인의 결과물을 원한다면 최저가낙찰방식이 아닌 현상공모 등의 발주방식으로 채택하면 된다. 또한 과거의 경험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실적제한방식으로 응모자를 제한할 수 있다.(물론 학교시설의 경우 실적제한을 할 만한 사유는 없다) 아마도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하지 않는 이유는 발주과정과 진행과정의 복잡함에 기인할 것이다. 용역업체에서 제시한 설계비만을 근거로 업체를 선정하면 발주처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시간이나 비용의 부담이 없게 된다. 많은 노력을 하지 않고 용역조건에 입맛에 맞는 이런저런 조항들을 삽입, 낙찰자에게 그 부담을 자연스럽게 넘기는 지극히 이기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사회적인 통제의 틀 위에 군림하는 이기적인 집단이 우리의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