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국정감사를 통한 소규모 건축물 구조안전 부실에 대한 지적에 따른 주무부처들의 후속 조치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해양부가 지자체에 배포한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 확인서 체크 프로그램(일명 첵첵이)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건축허가 시 제출된 구조관련 사항의 검토에 고민하던 일선 공무원들에게 국토해양부에서 배포한 "첵첵이"는 가뭄에 단비와 같았을 것이고 당연히 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구조관련 행정 처리에 만병통치약과 같은 존재로 자리 잡게 되었음 또한 당연한 수순이었다. 국토해양부 또한 이 같은 상황을 예상했었겠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한 치밀한 검증은 간과했다. 결국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일선 지자체의 기대와는 다르게 "첵첵이"의 오류가 시간이 갈수록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첵첵이"는 2010년 국정감사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개발된 지 1년 이상이 지난, 법령관련 프로그램을 배포하면서 현행 법령과의 오류를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우선적으로 배포 당사자인 국토해양부의 책임이 크다. 물론 이에 대한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사용한 일선의 인허가 관계자들 또한 책임이 있지만 관계 법령의 제‧개정을 주도하는 주무부처에서 법령 개정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질책을 면키 어렵고 내진 관련 여론에 밀리던 국토해양부의 미봉책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지난 5월 27일 건축법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가 있었다. 구조안전의 확인(지진에 대한 안전 포함) 대상의 확대가 주요 골자인 이번 개정안을 보면 신축 건축물의 경우 허가대상이나 신고대상이나 모두 대상에 포함한다. 이렇게 되면 내진구조를 적용하기 어려운 목조, 경량철골조(스틸하우스)와 조적조 등은 사용하기 어렵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옥 활성화 정책과 공존할 수 있을까? 건축사에 의한 설계제외 대상의 내진설계 수행주체는 누가 되는가? 노후된 소규모 건축물의 경우 리모델링(대수선)보다 신축을 권장하는 것이 현 정부가 주도하는 녹색정책에 부합하는가? 이번 개정안 역시 해당 사안의 다각적인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국회의 지적을 받았으니 조속한 시간 내에 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 순간을 모면하면서 여론이 수그러들 때까지 기대하는 선택이라면 그건 해결책이 아니다. 조금 늦더라도 신중하고 차분한 검토를 통한 선택이 오히려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다. 서두르지 마라. 뭐가 그리 급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