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g의 진통제
- 최정례
1mg의 진통제를 맞고
잠이 들었다
설산을 헤매었다
설산의 빙벽을 올라야 하는데
극약 처분의 낭떠러지를
기어올라야 하는데
1mg이 너무나 무거웠다
1mg을 안고
빙벽을 오르기가 힘들었다
그 1mg마저 버리고 싶었다
너무나 무거워
엄마 엄마 엄마
죽고 없는 엄마를 불렀다
텅 빈 설산이 울렸다
- 최정례 시집 ‘빛그물’ 중에서 /
창비시선 / 2020년
최정례 시인이 지난 1월 16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그 투병의 기록을 이렇게 남겼다. 죽기 며칠 전까지도 그는 SNS에 자신의 투병기를 해학적으로 남기기도 했다. “내 모든 행동거지를 밖에 모니터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난번 몰래 쓰던 치간치솔. 어차피 들키게 되어 있던 것. 코딱지를 후벼 판다든가 그런 걸 하지 말자.” 이 지면을 통해 많은 시인들을 소개했지만 이상하게 그의 시는 올리지 않았다. 이제야 올린다.
함성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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