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한지 8년이 지난 작년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의사당 설계 예산안이 통과됨으로써 국회 이전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 내용을 보면 국회 11개 상임위를 시작으로 국회세종의사당 이전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현재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글로벌 국제경제금융수도로 남겨두고, 수도 이전에 대한 반발을 고려해 청와대는 서울에 남는다. 그동안 수도권의 인구집중 해소와 국토 균형 발전을 목표로 현재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건축사들이 마스터플랜을 제안하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 목표와 과정을 이해해야 당초 계획한 방향으로 도시가 완성될 수 있다. 이에 앞으로 세종특별자치시에 들어설 건축물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본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사업은 국가의 중추기능을 지방으로 이전해 국가 균형발전을 꾀하고, 수도권의 교통혼잡, 인구 과밀, 환경오염 등으로 유발되는 각종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극 중심의 국토구조를 만드는데 목적을 둔다. 2004년 4월 17일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특별법)’이 제정·공포됐고, 같은 해 6월 15일 진천, 음성, 천안, 공주·연기 등 4개 후보지가 선정·발표됐다. 이후 후보지평가위원회 평가를 거쳐 8월 11일 공주·연기가 신행정수도 입지로 최종 확정됐다. 확정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주요 지향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통합과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정치·행정도시 ▲둘째,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쾌적한 친환경도시 ▲셋째, 편리성과 아름다움을 갖춘 인간존중도시 ▲넷째,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이 조화되는 문화정보도시. 건설이념은 국민통합, 국가균형발전, 21세기 동북아경제중심 달성을 포괄하는 의미의 상생도약이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미래지향적 도시를 건설하고, 국가의 정치·행정기능뿐만 아니라 국제교류, 문화·교육기능을 포함하는 국제적인 도시의 성격을 지닌 중앙행정기관을 설립하려는 계획이다.
21세기 들어 처음 건설되는 신행정도시로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미래상에 관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2005년 5월 27일부터 10월 31일까지 ‘행정중심복합도시 도시개념국제현상공모’가 추진됐다. 공모 결과 전 세계 25개국에서 총 121개(국내 57개·국외 64개) 작품이 접수됐으며, 당해 11월 14일 당선자 5명과 장려상 수상자 5명이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당초 1·2·3등을 각각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도시건설 계획에 각 작품의 아이디어를 고루 반영할 수 있도록 공동수상을 결정했다. 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신도시로서 한국의 발전전략에 부합하며 상징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하고, 도시 건설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을 고려하여 신중을 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삶의 질, 세계관, 제안되고 활용 가능한 기술 등의 요소를 염두에 두고 심사 기준을 도출했다.
당선작들의 도시 개념을 토대로 세종시의 중앙부는 환경생태적으로 보존했다. 그리고 도시 기능을 둘레에 분산배치하면서 주거, 산업, 복지, 문화, 교육 등의 기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편리한 기역(ㄱ)자 환경을 조성했다. 중심지는 환상형 도시 개발축에 따라 분산, 균등 배치하고, 대중교통축으로 지역 중심지를 상호 연결하는 도시공간구조를 설정했다. 6개 주요 도시 기능(중앙행정, 문화·국제교류, 도시행정, 대학·연구, 의료·복지, 첨단지식기반)을 입지적 특성에 맞게 분산 배치한 도시 개념 국제공모 당선작을 기초로 2006년 7월 31일 세종시 건설의 기본계획을 확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세종시의 기본 틀을 만드는 데 건축사의 역할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중앙행정타운도 국제공모를 거쳐 2007년 1월 19일 ‘FLAT CITY, LINK CITY, ZERO CITY(해안건축)’ 안이 선정됐다. 당선작은 중심행정타운의 수직 도시화를 지양하고 기존 지형과 자연환경을 살린 캔버스형 도시를 제안했다.
도시 전체의 마스터플랜과 현재 완공돼 사용 중인 정부세종청사, 국립세종도서관, 대통령기록관, 세종시청사, 세종호수공원, 세종국립수목원 등에서 볼 수 있듯, 공공건축이 세종시 건설 과정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근래 건립 예정인 국회세종의사당, 박물관단지, 세종문화아트센터, 세종시 공공복합 문화시설, 세종 3정부 청사 등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세종시의 중·소형 건축물은 앞에서 언급한 세종시 건설의 목적과 설계공모를 통해 기존에 건설된 건축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디자인돼야 할 것이다. 주거에서는 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타운하우스, 블록형 단독주택 등 다양한 유형의 주거형태와 입지특성을 살려 랜드스케이프와 어울릴 수 있도록 배치하고 계획해나가야 한다. 다양한 부문에서 세종시가 세계적인 명품 행정중심도시로 완성되기 위해, 건축사의 역할이 주목된다.
- 기자명 박진만 건축사·㈜테마종합건축사사무소·세종특별자치시 건축사회장
- 입력 2021.01.20 14:29
-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