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교수
이동흡 교수

모든 생명은 우주의 이치 속에서 생명 순환의 법칙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서로 소통과 교감을 통해 하나의 생명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마음과 유전자에도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 때문에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퓰리처상을 수상한바 있는 세계적 석학 에드워드 윌슨은 이를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고 표현했다. 바이오필리아는 ‘생명(bio-)’과 ‘좋아함(-philia)’을 조합한 말이다. 바이오필리아에 부합하는 건축 재료가 목재다. 목조건축은 바이오필리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자연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저탄소의 미래 사회를 만드는 스마트 기후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탄소를 흡수하고 그 탄소를 일생동안 저장한다. 목재를 생산하는 숲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일어나는 탄소 배출량의 약 4분의 1을 빨아들인다. 기후 변화와 지구를 식히는데 도움을 주며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남기지 않는다.

건설 부문의 온실가스(GHG)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건축과 관련된 폐기물, 공해와 비용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반면 탄소 집약적인 시멘트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8%를 차지한다. 탄소 배출량이 높은 강철 또는 콘크리트와 같은 건축 재료와 비교할 때 목재는 환경적으로 훨씬 우위에 있다. 따라서 건설에서 가급적 화석연료 배출이 많은 건축 재료는 가능한 범위에서 목재와 같이 기후 변화 가속을 역전시키는 건축 재료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것은 탄소중립(carbon neutral)의 실천 방법이다.

세계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2050년까지 모든 건물들이 탄소 배출량이 없는 넷제로(net-zero)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의 인공 저장소로서 목조건축은 탄소중립을 위한 매력적인 선택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므로 현 정부 역점 정책인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과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맞물려 있는 그린뉴딜 정책에도, 2021년 경제정책방향 ‘한국판 뉴딜’에도 누락된 목조건축 장려가 구체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프랑스, 핀란드, 스위스 등 세계적으로 목조건축 장려정책의 채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 국가 모두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목재 제품 건설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목조건축, 나무 인테리어의 모양, 느낌, 냄새를 좋아한다. 이는 결결한 자연과 가까이하고 싶은 인간의 선천적인 욕구다. 이것이 바이오필리아와 연결된 두 번째 부합점이다. 자연이 결여된 인공 주거환경에선 아토피와 정서 장애 등 많은 상세불명의 이상 신체반응의 병인이 나타나고 있다. 자연과 접촉할 때 신경학적, 생리학적, 심리학적 반응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혈압을 적당하게 조정하며 집중력을 높여준다. 최근 학교와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재 인테리어는 이를 입증하고 있다.

목재는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더 나은 학습 성과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연구결과들은 자연과 생명 회귀의 바이오필리아의 개념으로 건축 재료를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주고 있다. 최근 이러한 특성은 환경적으로 책임감 있는 조직의 브랜드를 높여주거나 조직적 이익을 추구하는 측면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고용주는 직원 복지 향상에 초점을 두고 업무 공간을 목재로 꾸며 건강 증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환경, 인적 자원 목표를 중시해야 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전략과 상통하고 있다. 목조건축은 고용주 비용 감소와 조직의 생산성 증가, 질병, 직무 성과 증가, 스트레스 감소 등의 반사이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정부는 건축 법규의 변경으로 더 크고 높은 목조 건축물을 허용하고 있다. 바이오필리아의 목조건축을 공공과 주요 투자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대를 기대해 본다. 

오늘날의 목재 가공기술은 작은 판재를 여러 장 여러 겹으로 이어 붙이면서 하나의 거대한 ‘대형목재(mass timber)’를 만들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목재가 구조재로서 불안정한 요소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집성재와 같은 대형목재가 화재안전성 등의 시험을 통해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 세계는 구조용 직교 집성판(CLT)과 같은 대형목재가 콘크리트와 철강 건설을 대체하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건축 시장의 바이오필리아 선구자’인 셈이다. 건축사들은 목재 과학, 건축 설계·엔지니어링, 건축 법규의 발전으로 목재의 혁신적인 사용을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건축 측면에서 작업환경이 콘크리트나 강철보다 쉽고, 좋다. 거주자에게는 건강과 참살이 효과가 있고, 건축주에게는 투자대비 만족도가 높고 가성비도 좋다. 또한 고용주에게는 조직성과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와 더불어 부동산적 가치의 상승 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 신축년 새해 바이오필리아의 소망을 목조건축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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