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 논설위원
김우종 논설위원

코로나의 전 세계적인 유행은 건축계의 많은 행사와 동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러한 전시가 던지는 화두는 다름 아닌 비대면 시대를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요구다. 이를 통해 밀라노 디자인 허브에서 발표된 백서인 ‘코로나 이후 디자인 테크 (DesignTech for the future)’는 13가지 비대면 시대의 건축 테크놀로지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적인 국면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연일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언제까지 계속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일상생활 속 건축의 경계도 그 외연을 끊임없이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그리고 상상하지 않았던 주제와 소재를 바탕으로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건축 해법이 탄생할 조짐이 보인다.

코로나의 전 세계적인 유행은 건축계의 많은 행사와 동향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례로 최근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건축계의 행사들은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온라인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다양한 기술을 통해 흥미로운 탐험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건축가협회가 주최하는 ‘2020 대한민국건축문화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전시로 진행되는데 대한민국건축대전, 한국건축가협회상, 100인의 건축전, 젊은 건축가상 등 주요 건축상 수상작과 주제전인 경남 지역의 전통건축 자료를 온라인으로 살펴볼 수 있다. 매년 대규모 행사로 진행되었던 건축문화제가 이제는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아카이빙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건축문화제에서 제시하는 세 종류의 '건축 주(主)'는 온라인 전시를 통해 세계 각국에 전달되는데, 다양한 콘텐츠를 꼼꼼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또한 이번 건축대전의 주제 또한 탈 경계의 건축을 화두로 내세워 비대면, 코로나가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 속에서 새로운 유형의 소통과 건축을 모색하고자 한다.

또한 대한민국건축문화제와 마찬가지로 비대면 시대의 건축 기술과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바로 한국건축문화대상이다. 올해는 준공건축물 부문, 신진건축사 부문, 계획건축물 부문의 총 3개 부문에서 각 부문별 대상 4점 등이 수상작으로 선정 되었으며, 특히 건축문화대상 학생공모전의 수상작품들 또한 코로나-비대면 시대에 걸맞는 창의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건축문화제나 한국건축문화대상 등에서 던지는 화두는 다름 아닌 비대면 시대를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에 따라 주거와 사무 공간이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느낀다. 직장과 주거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집콕’과 ‘홈쿡’ ‘홈트’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으며 집의 용도와 의미가 다양해지며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외부 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집에서 자연환경을 느끼고 싶은 욕구도 강해지고 무엇보다도 개성이 뚜렷한 2030 세대들은 혼자 살기에 최적화된 주거공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 최근 밀라노 디자인 허브에서 발표된 백서인 ‘코로나 이후 디자인 테크(DesignTech for the future)’는 비대면 시대의 건축 테크놀로지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총 13개의 부문에서 디자인과 기술을 통합하여 작업 공간과 생활 공간을 안전하게 만드는 건축 및 디자인 솔루션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홈(Smart Home)’ 시스템의 부상을 언급하고 있으며, 음성인식 디스플레이 기능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커뮤니티 시설 안내와 예약 등을 도와주는 안내 로봇의 등장, 전열교환 환기장비 및 천장형 공기청정기를 연계한 스마트 필터 시스템 등을 언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다중이용시설의 공간과 개별 이용자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각 개인의 증상과 개인 간 거리에 따라 감염 여부를 측정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실내 디자인, 드론으로 촬영한 고해상도의 현장 사진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에서 3차원 모델링으로 구현하는 드론 플랫폼을 활용한 스마트 디자인, 삼차원 모델링을 활용한 건설기술 공정관리,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건설현장 안전관리, 곰팡이와 같이 바이오 기술을 접목해 빛, 온도 및 대기 오염 물질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진 지능형 건물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비대면 업무환경을 위해 건물 입구나 회의실 출입 시 얼굴인식 시스템으로 출입자를 통제하고 출입기록이 클라우드 서버에 기록되는 안면인식 기술 등도 향후 주거와 업무 공간의 건축 테크놀로지로 적극 활용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비대면 시대의 건축 테크놀로지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기술의 홍수 속에 인간 본연의 가치가 희석될 우려 또한 존재하지만 건축 테크닉은 그만큼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기술은 분명 건축의 또 다른 외연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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