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장의 달력을 남겨놓고 새롭게 맞는 2021년, 흰 소띠의 해 신축(辛丑) 년의 변화가 궁금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으로 세밑의 들뜨고 왁자지껄했던 모습도 사라졌다.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 코로나의 질곡(桎梏)이 우리 삶을 옥죄고 있다. 바깥 생활이 제한되고 위험해지면서 부득불 한 비대면의 생활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다. 원격 근무의 증가로 근무환경도 바뀌고, 화상회의와 온라인 쇼핑, 재택근무와 원격 교육 등도 이뤄지지만 어색함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족 중심의 ‘집콕’ 라이프 스타일, 새벽 배송과 도시락 주문과 같은 온라인 쇼핑의 비정상적 일상에도 우리의 신경은 점차 무덤덤해지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의 숨결과 감성을 지펴왔던 이전의 자유분방한 생활과 자연환경이 그리워지고 있다.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는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 전문가들은 향후 코로나 여파는 진정되어도 그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생활 패턴에도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이 예상하는 2021년의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주거환경의 변화다. 그렇다면 목조건축에는 어떤 트렌드가 올까 그 추세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비대면 생활의 지속으로 인력 이동이 부분적으로 일어나면서 집에서 일하는 홈 오피스와 같은 주거환경이 요구된다. 이미 경험하고 있겠지만 원격 근무로 전환하면서 많은 사무직 직원들이 유연해지고 있다. 인터넷 연결로 일부 사무직 근로자들은 그들의 근무 위치가 중요하지 않음이 입증되면서 정상으로 회복된 다음에도 이러한 근무환경이 지속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들에게 주거와 사무의 두 분야를 하나로 묶어주는 환경에서 사무실과 ‘홈’의 공간 분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하여 홈 오피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가정생활의 소음으로부터 산만해 짐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음향 분리가 된 인체공학적인 전용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만족시킬 물리적인 공간 분리가 필요하지만 획일화된 아파트에서는 이러한 분리가 어렵다. 따라서 디자인의 변화가 자유로운 전원주택으로 그 선택의 폭을 좁힐 수밖에 없다. 이는 주거지 개발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목조주택의 새로운 수요를 갖고 올 것이다. 최근 TV 방송국들에서 앞다투어 방영되는 집 소개 프로그램이 젊은이들의 주거변화를 부추기고 있으며,‘영끌’까지 동원해야 할 아파트 가격 상승, 전세 물량 감소도 목조주택 시대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주거환경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오고 있다.
또 다른 예측은 근무조건이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만 출근해도 된다면 굳이 도심에 밀집된 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통근시간은 늘어나도 자연과 접촉이 많은 교외를 선호할 것이다. 도심 아파트의 가격이면 홈 오피스 공간을 가질 수 있고 가족 중심의 다양한 취미생활을 할 공간도 가질 수 있다. 단독 주택시장의 새로운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 선택의 폭을 넓혀 공동생활의 커뮤니티가 있는 오피스텔 개념의 중층 집합 목조주택의 건설에 대한 요구도 늘어날 것이다. 오피스에서도 큰 변화가 예측되고 있다. 값비싼 도심 사무소를 임대하는 회사들은 재택 유연근무가 늘어나게 되면 종전처럼 사무 책상과 집기로 가득 채워진 큰 공간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쾌적성을 추구할 수 있는 오피스의 수요와 유연한 근무 공간의 증가를 만족시킬 조직의 이익을 가져올 공간이 필요하다. 직원들과 가까이 보낼 수 있는 교외에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쾌적하고 편리하면서 더 저렴한 사무실로 이전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이는 중·고층 목조건축 개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건축법에서 목조건축물의 높이와 규모 제한에 대한 건축법이 이미 해제되었다. 더불어 고층 목조건축물의 프레임에 들어가는 구조용 집성재가 KS표준만으로 2시간 내화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중·고층 건축 재료의 목재 선택 폭이 확대되면서 목조건축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오피스 건물은 목조건축물 시스템에 적합하게 맞추어져 있다.
목재는 기후변화 대처에 도움이 되는 유일한 건축 재료이고, 목조건축물은 자연결핍의‘집콕’세대들에게 생물 요소를 건물의 내부로 가져다주는 생물학적 디자인의 총체다. 목재가 인간의 조직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목재의 생물학적 성질로 자연과 연결하고자 하는 인간의 선천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인간은 자연과 접촉하면 신경학적, 생리학적, 심리학적으로 안정을 찾는다.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혈압은 낮아지며 집중력은 높아지는 반응을 보인다. 목재는 인간을 더 행복하게 더 건강하게 만드는 참살이(well-being)로 이끌고 있다. 여기에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고 건물 발생 에너지를 지구환경에 유리하게 지속시켜주는 생물 재료다. 목재의 생산과 가공은 대부분의 다른 건축 자재에 비해 에너지 사용이 훨씬 적으므로 탄소 발자국도 현저히 낮다. 콘크리트나 벽돌과 같은 고체 물질의 1입방 미터를 목재로 대체하면 이산화탄소 발생을 약 1톤 줄일 수 있다. 목조건축은 건설 부문의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탄소중립·그린뉴딜 전략과도 일치한다.
비대면 생활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집의 역할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2021년에는 환금성이 높은 자산으로서 욕망의 대상이 된 ‘하우스’가 자연과 더불어 사람의 온기로 가득 채워진 삶을 영위하는 공간 ‘홈’으로 바뀌길 기대한다. 우리 민속학에서는 숫자 21(세이레)은 재탄생을 의미하는 데 많이 사용된다. 금줄이 해제되는 날로 갓난아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상과 접하는 날이 21일이고, 성인식도 나이 21세, 곰이 인간이 되기 위해서 참고 견디며 환생하는 날도 21일, 달걀에서 병아리가 되는 날도 21일, 공기 중 산소 비율도 21%다. 재탄생을 의미하는 ‘숫자 21’이 연상되는 2021년, 목조건축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