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논설위원
김상길 논설위원

이 시대의 화두인 이 질문은 ‘2020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의 주제이다. 2020 베니스 비엔날레의 큐레이터로 지명된 레바논의 건축사 하심 살키스(Hashim Sarkis)는 세계의 건축사들에게 “우리가 관대하게 같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할 것”을 요구하는 주제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전 세계를 덮친 펜데믹의 상황에서 베니스 비엔날레도 개최를 2021년 5월 22일로 연기하였다. 그렇지만 주제는 여전히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이다. 그동안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이 주제도 의미가 무한히 확장되어, “최근 급변하는 사회규범, 커져가는 정치적 양극화, 기후변화, 그리고 방대한 지구촌 불평등 등”과 더불어 거의 무정부 상태의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사고를 당한 난민들과 흑인 인권운동 BLM을 촉발시킨 흑인 희생자들, 세계 대도시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사회적 격리를 요구받고 있는 전체시민들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질문이 되었다.

아크데일리(ArchDaily)사는 최근에 하심 살키스와 이 주제에 대해서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이를 통해 이 주제에 대한 그의 생각과 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지적으로 접근한 그의 설명에서 건축사들에게 갖는 희망과 그들에게 부여하고자 하는 의무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질문을 건축사들에게 하는 이유는 정치가들의 해답으로는 아무도 행복해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질문을 건축사들에게 하는 이유는 이미 그들은 사람들이 같이 사는 것에 몰두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며, 그들은 늘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적 기준과는 다른 환경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하심은 건축사들이 작업을 통해서 그 답을 찾아야 하며, 건축사들의 작업이 낙관적인가 아닌가를 묻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 내는 “희망의 이미지”를 통해서 사람들을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하는 것이 바로 성공을 의미한다고 믿고 있다.

왜 베니스 비엔날레 큐레이터로 레바논의 건축사 하심 살키스가 선택되었을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레바논 특히 베이루트의 대폭발 이후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들은 어떻게 복원해 나가고 있는지가 가장 궁금하다. 하심은 인터뷰에서 이미 1990년대에 레바논은 복원력의 한계에 도달했음을 토로하고 있다. 레바논은 고속도로는 건설하였지만 대중교통체계는 건설하지 않았고, 개인용 건물은 지었지만 공공장소는 건설하지 않았다. 새로운 병원은 건설하였지만 공공의료시스템은 건설하지 않았다. 물리적 시설이 지어지면 사회적 인프라는 자연히 뒤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난이 닥쳤을 때, 바로 이러한 사회적 인프라로부터 복원을 끌어내게 되는데 그 부분이 비어있는 것이 레바논의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다만, MIT와 Dar al Handasah의 지원과 미국의 베이루트 대학에서 다른 단체들과 협력해 시민사회와 더불어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조정된 비전을 제안하는 공동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사회적 인프라’이며, 이것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시스템’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누군가는 손을 내밀고 돕고 있다. 

이 질문은 또한 우리 모두에게 유효하다. 생태계가 깨져 닥친 재난, 즉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의 상황에 처한 전 세계 시민 모두에게 묻는 질문이며, 인류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구의 시스템의 위기에 당장 대비를 요청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지구 시스템 과학자들은 현재의 기후변화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긴급한 상황임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지질학상 새로운 세대인 “인류세”의 도래를 주장하고 있다. 260만 년 전에 지구 시스템에 큰 변화가 있어서 그때부터 도래한 시대를 “홍적세”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의 연구에 의해서 그린란드 북구의 빙하코어 시료 속에서 1만6,500년 전에 있었던 해수 내 중수소의 화학적 변화를 찾아냈고, 이를 통해 해수의 온도가 크게 변했다는 사실을 밝혀서 “충적세”라는 새로운 세대를 찾아냈다. 각각의 세의 경계는 당시의 생존한 생물체에 엄청난 변화와 충격을 줬으며, 인류세는 과거의 그러한 세의 경계와 비견할 만큼 큰 지구 시스템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호모 사피엔스는 이미 10만 년 전부터 지구 전체로 퍼져나갔으며, 가는 곳마다 모든 대형 포유류를 멸종시켰고 결과적으로 지구 시스템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해 왔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그때부터 인류세가 도래했다고 주장하지만 대체적으로 인류세의 기점은 훨씬 최근의 사건에 기준을 두고 있다. 그 중 기후학자와 지구시스템 과학자인 사이먼 루이스와 마크 매슬린은 인류세로 접어든 시기를 1610년으로 정의하였다. 이들이 제안한 이 시점은 유럽인이 중남미에 도착한 후, 6,000만 명이 넘던 원주민의 90% 이상이 전염병 등으로 사망하여 대부분의 농지가 숲으로 환원돼 일시적으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격하게 떨어졌으며 잠시 지구 전체의 온도가 서늘했던 순간이었다. 하라리가 인류 문화가 단일한 문명으로 맞물리는 ‘역사의 마지막 단계’라고 정한 바로 그 시기이며, 이는 근대시대의 탄생을 알리는 시기이자 이후 기간 동안 산업혁명의 모든 영향을 포착할 수 있으며, 이윤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퍼뜨린 인류세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2015년 국제적으로 합의한 파리기후협정의 목표는 “지구의 온도의 상승 폭을 2℃ 이하로 떨어뜨리고, 동시에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었다. 이미 베니스가 침수되고, 미래에 닥칠 온난화는 상상보다 훨씬 위태롭다. 온도는 이미 산업혁명 이전수준보다 1℃ 높아졌으며, 2017년에 모든 배출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0.3℃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파리협정의 목표에 도달하려면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거의 0으로 급격히 감축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는 수많은 난관들에 대해서 이 질문은 늘 유효하다. 건축사 사회는 건축을 넘어 ‘사회적 시스템’의 붕괴와 ‘생태계의 위기’, ‘지구 시스템의 변화’ 등에 대해서도 전체가 같이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건물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68.2%에 이르고 있다. 건축분야에서 시멘트 등 자재의 생산과 운반, 건설의 모든 과정 그리고 건물의 유지관리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가 엄청나다는 것을 건축사들은 알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는 우리 모두를 향한 질문이며, 모든 건축사는 이미 정한 로드맵을 뛰어넘는, 사회적 관성과는 다른 창조적 답을 요청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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