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의 삶은 숙명적으로 불안감을 지니고 살아가는 존재라고 누군가 그랬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항상 불안해하고, 혹여나 실수한 것이 없는지, 빠트린 것은 없는지 끊임없이 확인하여야 하는 직업이다. 구청이나 시청에서 갑자기 전화가 오면 가슴이 순간 두근거리기도 하고, 조그마한 문제에도 종종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건설 현장의 사건사고가 뉴스에서라도 나오는 날이면, 괜히 마음 졸이며 남의 일 같지가 않아 잠을 잘 이루지 못할 때도 있다. 갈수록 건축사의 사회적 업무와 책임감은 무한대를 향해 가고 있고, 개인주의적인 사회는 타인에게 절대 관대하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힘들고 두렵다고 느껴질 때가 여러 번이다.
이러한 두려움과 불안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생겨난다. 전혀 알지도 못했던 법규를 위반하였다고 하던지, 무심코 지나쳤던 일들이 문제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화해짐에 따라 문제들도 더불어 복잡, 다양해진다. 예측이 불가능한 세상이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오답이 되어 뒤죽박죽 섞인다. 더욱이 지금은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적, 심리적 불안감이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런 현대 사회를 누구는 불안 증폭의 사회라고 하였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 개인의 불안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감내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씁쓸한 현실이다. 더욱이 건축사라는 직업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떨쳐내고 생활할 수 없다.
순간의 판단이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미치기에, 정신적 스트레스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항상 시달리며 일을 해야 한다. 현장과의 괴리감, 건축주의 이기심과 욕심, 무사안일적인 관료들 사이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측하고,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을 생각해야 한다. 한마디로 피곤한 직업인 셈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 공상에서 비롯된 과도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스스로에게 독이 되지만, 적당한 불안감은 오히려 긍정적인 힘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와 불안감 속에서 만족할 결과를 만들어 내었을 때의 희열이 또다시 일을 하게 만든다. 불확실한 미래는 불안감의 요소이기도 하지만, 불확실하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또한 적당한 불안감과 긴장감은 불확실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큰 밑거름이 된다.
무의식적으로 하던 일들에서 오는 문제들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며, 나약해진 마음을 강하게 만들 힘을 주어 새로운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부싯돌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항상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해본 적이 없기에 불안하고,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해왔던 것들의 답습은 발전이 없다. 성공은 실패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도전한 결과이며, 실패는 성공을 위한 과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렇게도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가진 건축사라는 직업이 마음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