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후 무심히 켜본 티비에서 건물을 리모델링 해주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어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유심히 보게 되었다. 4명의 mc들과 리모델링 전문가가 나와서 무너져가는 집을 카메라에 담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 후에는 리모델링 후 재산가치가 5배나 올랐다는 건물을 보여주는데 이 건물은 옛 여관건물을 원형 그대로 리모델링해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고 신축건물과 브릿지로 연결한 건축물이었다.
요즘 레트로가 열풍인 시대이고 도시재생이 정책 중의 하나로 이어져 가고 있는 지금에선 좋은 프로그램인 듯하다. 그러나 내 관점에서는 문제가 많아 보인다. 리모델링 전문가로 나오는 사람은 건축을 전공한 이도 아니다. 궁금증에 찾아보니 요리사이다. 이 리모델링 과정에서 건축사는 나오질 않는다. 방송이고 편집의 과정에서 삭제됐을 수도 있으나, 노후화가 심한 건물을 건축사 없이 시공사 안전진단을 통해 보강시공했다고 하고, 없어진 계단을 다시 만들어 완성된 내부를 보여준다. 건축을 업으로 하는 이로서 설계 없이 공사가 이뤄지는 과정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다.
리모델링을 완료한 건축물을 쭉 둘러보면서 mc들과 시공사, 임대자가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장면에서도 건축법 상 문제점들이 눈에 보이는데 이를 과연 검증을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내진을 검토한 것인가, 무단 대수선에 대한 추인은 받았는지, 내부 계단 증설에 대한 대수선허가는 받았는지 궁금증도 들고, 2층의 창대 높이는 법에 안 맞게 설치돼 있던데 저건 뭐지?, 이 건물엔 단열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등등…….
이 프로그램 외에 집을 구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소개된 건축물 중 어떤 것은 법에 위반된 것이지만 멋진 공간으로 소개된다. 다른 프로그램인 집을 진단해주는 프로그램에서는 거실의 높이가 2.1미터가 아닌데 다락에 의해 안 나오는군요, 라고 당연시하며 넘어가는 방송도 있었다.
대한건축사협회가 모든 것을 걸러낼 수는 없으나 이런 방송이 대중에 끼치는 여파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입장 등을 밝혀야 할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