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강(曲降)

- 조연호

곡강(曲降) : 평행선의 음악을 손가락으로 재고―그럭저럭 각목을 구해 온 사람과 빙글빙글 돌며 불순의 순도를 재고―나를 비옥하게 하는 처음―나가 죽으라느니, 널 안 본다느니 그런 소리들을 해대지만―밤에게로 추락한 것은 아직도 지평선에 걸려 울고―나는 또 개썰매를 끌고 사람의 정체불명을 간단한 것으로 만든다.

 

- 조연호 시집 ‘암흑향’ 중
 「고대시집」에서 / 민음사 / 2014년

이 시는 시집에 부록처럼 꾸며진 장시의 부분이다. 부분이라고 말했지만 독립된 하나의 시라고 해도 괜찮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한자로부터 음악적 전개까지, 이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그가 읽는 텍스트가 궁금해진다. 마치 고대 황하유역의 제의를 엿보는 것 같은 이 시집에서 석경이 울리고 북소리가 들리는 것은 나만의 비약은 아닐 것이다. 인신공양이 행해져야 마땅할 것 같은 이 시집에서 시인은 스스로를 번제의 제물로 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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